꿈틀대는 제3지대…바람 불까, 찻잔 속 태풍인가

금태섭 전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의당 역시 제3 세력과의 신당 추진, 곧 ‘혁신 재창당’을 선언하며 이러한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의 노선을 강화해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자강론’과 세력 확장을 도모하는 ‘재창당론’을 두고 당내 토론을 벌인 결과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25일 “당이 결정한 신당 추진안은 우리 기준에 부합하는 세력이라면 통합과 합당을 통해 새로운 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라며 “이를 위한 전당적 토론이 7월부터 9월까지 전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지대의 출현과 성장은 거대 양당을 비롯해 그 어떤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비중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무당층이 일정한 비중을 계속 유지해 나간다면, 양당 바깥의 새 정당에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20~22일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지지 정당을 물은 결과 29%가 ‘무당층’이라고 답했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무선 95%, 유선 5% 전화 조사원 인터뷰, 응답률 10.5%).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35%, 민주당 지지율이 31%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양측과 비슷한 규모의 무당층 집단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3월 5주 조사 때부터 무당층 비중이 20%대 후반인 27%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거란 공천 위기감에 휩싸인 국민의힘의 입장에도 제3지대의 성장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4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이상민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물론 양당 구조가 견고한 현실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제3지대가 힘을 받는 건 쉽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YTN 뉴스LIVE’에 출연해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서 제3세력이 성공하기 위해선 탄탄한 지역 기반이 우선돼야 하고 굉장히 유명한 인물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선주자 급의 간판 인물이 구심점이 돼야 하지만, 최근 세력화에 나선 인물들은 체급이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다수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 역시 “총선쯤 ‘바람’이 중요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이 가능하다면, 이탈 세력도 그만큼 있겠고,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도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친박연대’ 사례가 좋은 예”라며 “하지만 아직은 총선 직전 지지 지형을 예단할 수 없으니 우선은 제3지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비관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총선이 다가올수록 탄력이 붙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지도부의 수차례 ‘선 긋기’에도 ‘검사 공천설’에 대한 불안이 완전히 진압되지 않는 국민의힘의 사정은 여기에 힘을 싣는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그간 거대 양당에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됐던 게 사실이다.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 사라졌다는 비판도 있지만, 제3 정당이 양당을 상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시급한 민생 현안을 해결한 뒤 가을 이후 공천을 비롯해 총선 관련 스케줄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힘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