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내린 눈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남극에 내린 눈에서 8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 연구팀은 남극대륙 로스 빙붕 19곳에서 채취한 모든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쌀알보다 작은 크기의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이다. 너무 작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이곳에서 채취한 눈이 녹은 물 1L당 미세플라스틱은 평균 29개 발견됐다.

발견된 플라스틱은 모두 13종으로, 청량음료병과 의류에 주로 사용되는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가 전체 샘플의 79%에서 발견돼 가장 흔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서 왔나

연구원인 알렉스 에이브스는 과학 저널 ‘크라이스피어(빙권)’에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의 출처로 가장 가능성이 큰 곳은 지역 과학 연구 기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델링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무려 6000km 떨어진 곳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남극대륙 로스 빙붕 남쪽 지역엔 미국의 맥머도 연구기지가 있다

남극대륙 로스 빙붕 남쪽 지역엔 미국의 맥머도 연구기지가 있다

앞서 남극의 해빙과 지표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새로 내린 신선한 눈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먼지, 바람, 해류 등에 실려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2010년에는 에베레스트 산 정상 근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려되는 이유는?

이러한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해당 지역은 물론 더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로라 리밸 캔터베리대학 부교수는 “미세플라스틱 표면엔 중금속과 해조류 등 해로운 물질이 달라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러한 해로운 물질이 미세플라스틱을 통해 멀리 떨어진, 생태 환경이 민감한 지역에 흘러 들어갈 수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아니고선 도저히 갈 수 없는 곳 말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공기, 물, 음식 등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하고 섭취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아직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선 많은 연구가 이뤄지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영국 헐 요크 의대와 헐 대학 연구진은 체내 높은 미세플라스틱 수치는 세포 사멸, 알레르기 반응 등을 일으켜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더해 미세플라스틱으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심해질 수 있다.

Penguin on an iceberg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설원, 만년설, 빙하 등이 빠르게 녹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지역에 쌓인 어두운 미세플라스틱이 햇빛을 흡수해 주변 온도를 높임으로써 빙상 면적 감소를 재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깨끗한 눈, 빙원, 빙하 등은 햇빛 대부분을 반사한다. 그러나 화석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블랙카본(탄소를 함유한 연료가 불완전 연소했을 때 발생하는 검은 그을음)과 같은 다른 오염 물질이 쌓이면서 히말라야 빙하가 더 빠르게 녹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산사태와 눈사태가 일어나고, 빙하호가 넘치는 등 세계 각지 산맥에서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는 점점 더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또한 과학자들은 빙하 두께가 급속히 얇아지고 사라지면서 전 세계 산악 지역의 물 공급과 농업도 위협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가장 외지고 깨끗한 환경일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되기 쉽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러운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