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불을 끄는 것은 환경에 정말 도움이 될까?

전 세계 인구의 80%가 밤이 되어도 아른거리는 빛 속에서 살고 있다. 가로등과 광고판, 투광등, 주택에서 나오는 빛 공해 이야기다.

스티븐 마키예프스키의 하루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시작됐다.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났고, 5시 30분까지 순찰지인 필라델피아 시내로 간 것. 그는 비영리 환경단체인 펜실베니아 오듀본에서 도로에 떨어진 새들의 사체를 치우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마키예프스키가 치우는 새들은 밤에도 밝게 빛을 내는 고층 건물에 부딪혀 죽은 것들이다. 그는 죽은 새들을 봉지에 담고 꼬리표를 붙인다. 잠시 기절한 새들은 한쪽으로 치워놓아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밟히지 않게 한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일의 아침은 달랐다. 마키예프스키가 한 편에서 죽은 새를 봉지에 담고 있을 때, 누군가 달려와 길모퉁이에도 새들이 죽어있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또 다른 사람이 찾아와 길 저편을 가리켰다.

그는 “죽은 새들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며 “한 마리씩 봉투에 담는 것을 포기하고 큰 봉지에 한꺼번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가 그날 치운 새는 400여 마리. 평소라면 20여 마리 정도를 치우던 것과 사뭇 달랐다.

전날 밤 구름이 낮게 깔리고 안개와 비가 내린 게 원인이었다. 드렉셀대학 자연과학 아카데미 큐레이터인 제이슨 웨크스타인은 “(그날) 새들이 낮은 고도로 날았다”고 말했다. 철새들은 하늘을 날 때 별 등의 천체 신호를 활용한다. 그러나 그날은 구름과 안개로 방향 파악이 힘들었다. 대신 도시의 불빛 때문에 길을 잃고 유리 건물에 부딪힌 것으로 추정된다. 그에 따르면 “도시 불빛에 끌려간” 약 1500마리의 새들이 그날 밤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스테판 마키예프스키가 2020년 10월 2일 필라델피아에서 수거한 새들의 사체

사진 출처,STEPHEN MACIEJEW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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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마키예프스키가 2020년 10월 2일 필라델피아에서 수거한 새들의 사체

마키예프스키가 거리에서 치운 새들은 장거리를 이동하는 신열대 조류다. 필라델피아에서 조류 친화적인 건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코니 산체스는 “이 사건이 필라델피아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많은 언론과 대중이 이 사건에 주목했어요.”

도시는 빛 공해가 새들에게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드렉셀대학 오두본 소사이어티와 자연과학 아카데미 등은 지난 3월 ‘필라델피아에서 불을 끄자(Lights Out Phily)’라는 캠페인을 발족했다. 철새들이 이동하는 동안에는 자정에서 새벽 6시 사이에 도시의 불을 끄거나 조도를 낮추기자는 캠페인이다. 건물주와 건물 관리인, 지역 주민들이 참여했다. 4월과 5월 말, 8월부터 11월 사이에는 미국 전역에서 야간 소등 캠페인이 벌어지는데, 이를 통해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어둡게 변할 예정이다.

미국에선 매년 1억~10억 마리의 새가 건물에 부딪혀 추락한다고 한다. 이 숫자에는 인공 불빛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빛 공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크게 보고 있다.

웨크스타인은 “빛 공해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단지 새들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의 행동 생태학자인 브렛 시모어는 태양빛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시계와 같다고 말했다. 밤과 낮의 리듬은 동식물의 식사, 짝짓기, 이주 등이 되풀이 될 수 있게 하는 자연의 신호라는 뜻이다. 그런데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 불빛이 이 자연의 리듬을 바꾸고 있다.

전기 조명의 시대는 19세기 후반에 열리기 시작했다. 스위치 한 번 켜는 것으로, 인류는 해가 진 후에도 낮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는 보다 쉽고 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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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전 세계 헌옷의 15% 재활용하는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하지만 초고층 빌딩, 사무실 밀집 지역, 가로등, 주택에서 나오는 빛이 인류에게 필요한 것만 비춘 것은 아니다. 동물들의 서식지로 흘러가고 대기로 흩어졌다. 도심에서 약 150마일(약 241km) 떨어진 하늘에서도 빛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빛 공해 속에서 살게 됐다. 유럽과 미국에선 이 비율이 99%가 넘는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빛 공해 증가율이 전 세계 인구 증가율보다 두 배나 빠를 정도다.

세이모어는 “빛 공해를 만들어냄으로써 인류는 가장 중요한 자연의 정보 제공자 중 하나를 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세이모어는 2019년 전 세계 곤충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곤충 대재앙”의 핵심 원인이 인공적인 빛이라는 연구를 공동으로 저술했다. 예를 들어 야간에 켜놓은 전구는 나방이나 다른 곤충들을 유인한다. 그렇게 노출된 나방은 잠복해 있던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거나, 불빛을 선회하다 탈진해 죽는다.

인공 불빛은 곤충의 행동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빛 공해는 야행성 곤충이 먹이를 찾기 어렵게 먹이 찾는 행태를 바꿔놓았다. 반딧불이 등 자연 발광으로 짝을 찾는 생물들에겐 인공 불빛이 수컷을 혼란시켜 짝짓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인공 불빛은 곤충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 출처,KUNAKOS/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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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불빛은 곤충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거의 모든 생태계가 빛 공해의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공 불빛은 수면 패턴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억제해, 물고기의 생식과 성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거북이가 둥지를 짓기 어렵게 만들고, 갓 태어난 바다거북을 바다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자연사박물관의 생물다양성 책임자인 스테프 홀트는 “인공 불빛을 포식자로 여기는 박쥐가 있는데, 그들에겐 밝게 빛나는 도시는 거주할 곳이 없다는 압박”이라고 말했다. 홍해를 연구하는 연구원들은 산호초도 빛 공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빛 공해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국제밤하늘협회(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 ,IDA)의 러스킨 하틀리 이사는 “빛과 습성 변화 사이에 부정적 관계가 모든 생물에서 발견된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빛 공해를 일으키지만, 그 해로운 영향도 받고 있다. 인공적인 빛은 멜라토닌에 영향을 줘서 자연적인 생체 리듬과 수면 패턴을 변화시킨다. 밤에 인공 불빛에 노출되면 당뇨병, 정서 장애, 유방암과 전립선암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

‘밤의 종말 : 인공 불빛 시대에 자연의 어둠을 찾아서’라는 책을 쓴 폴 보가드는 “이것 말고도 치르게 되는 대가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우주와 마주할 수 없을 때,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이 무엇일까요?”

과학자들이 빛 공해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문제는 복잡하지만 해법은 간단하다. 러스킨은 “빛을 가리고, 어둡게 하고, 불을 끄면 (빛 공해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면 야생동물과 인간이 입는 피해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을 절감하고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그렇다고 밤에 모든 불을 끄자는 것은 아니다. 웨스트는 “현대인의 삶은 너무 많은 것이 변해서, 빛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가드는 “불빛을 사방에 날리기 보다는 책임감 있고 현명하게 사용하자”고 말했다.

생물학자들은 최근 시카고의 한 건물에서 나오는 빛 공해가 새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에 따르면 밤에 불을 끄는 것은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어둠이 깔리는 시간대에 조명을 켠 창문 수를 절반으로 줄였더니, 봄철 이동 때는 조류 충돌량이 11배, 가을 이동 때는 6배 가까이 줄었다. 연구는 이러한 방식으로 건물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 새들의 죽음을 60%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훨씬 더 큰 규모로 빛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뮤타 마니쿠마는 성장기를 케냐에서 보냈다. 어둠의 힘에 감명을 받은 그녀는 사람들에게 별의 영적 의미를 전해주는 밤하늘 여행 설계사가 됐다.

매니쿠마는 케냐의 일부 지역사회에선 밤하늘이 문화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됐다고 말한다. 그녀는 “어떤 부족에서는 하늘을 보는 것으로 세계관을 만들어 간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강우와 수확기 예측하거나 결혼식과 같은 의식을 계획하기 위해 밤하늘을 관측한다. 마니쿠마는 “하늘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면서 풍부한 역사를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대도시들이 방출하는 야간 불빛은 수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사진 출처,DNEUTRAL HAN/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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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들이 방출하는 야간 불빛은 수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다

마니쿠마에 따르면, 케냐 역시 다른 국가들처럼 조명과 발전 사이에 긴밀한 연관성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녀는 어두운 밤하늘 보존을 통한 여행 산업을 육성해 케냐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밤하늘 여행은 영국에서도 싹트고 있다. 요크셔 데일스 국립공원은 2016년부터 밤하늘 축제를 운영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노스요크 무어스와 함께 “밤하늘 보호구역”이 됐다. 밤하늘 보호구역은 IDA가 “국제 밤하늘 명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정한다.

요크셔 데일스 국립공원의 캐서린 베어드모어 이사는 “이 두 지역이 유럽에서 가장 어두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밤하늘 보호구역’ 지정으로 비수기에도 많은 이들이 별이 빛나는 하늘을 보기 위해 공원을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베어드모어는 “은하계라는 관점에서보면 올려다본 밤하늘 깊은 곳에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틀리는 별을 볼 수 있는 곳을 더욱 늘리려 하고 있다. IDA는 하늘로 쏘지 않게 불빛의 방향을 조정하거나 조도를 낮추거나 야생동물에게 해로운 청백색 조명을 교체하는 마을이나 도시와 협력중이다.

IDA의 대표이자 런던에서 활동하는 작가 메간 이브스는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 남서부에 있는 이 작은 도시는 2001년에 IDA가 세계 최초의 ‘밤하늘 명소’로 지정한 곳이다. 이브스는 “적절한 전구와 빛 가리개를 사용하고 필요한 타이머 등을 설치하는 등 변화를 신중하게 만들어낸 곳”이라고 말했다.

매년 지구의 날 펼쳐지는 소등 행사는 전 세계 도시의 빛 공해 감소에 크게 기여한다

사진 출처,SERGEI SAVOSTYANOV/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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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지구의 날 펼쳐지는 소등 행사는 전 세계 도시의 빛 공해 감소에 크게 기여한다

빛 공해를 줄이면 비용도 절감된다. IDA와 천문 관측소가 있는 애리조나주 투산은 2018년에 약 2만여 개의 나트륨 가로등을 LED 조명으로 바꿨다. 이후 도시의 빛 배출량은 7% 줄었고, 연간 에너지 요금은 200만달러 이상 절약됐다.

그럼에도 한계는 있다. 투산에서 나오는 빛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투산의 빛 공해에서 가로등이 영향을 주는 비율은 18%. 스마트 가로등으로 이를 13%로 줄였지만, 여전히 광고 게시판, 투광 조명, 불이 켜진 건물, 전면 조명, 주차장, 스포츠 경기장 등에서 빛 공해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인공 불빛의 영향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처도 늘고 있다. 홀트는 “이제는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지점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관련 법을 만들기도 했다. 2007년 슬로베니아, 2018년 푸에르토리코가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한 법을 만들었다. 프랑스도 2019년 실외조명법을 도입해 빛 공해가 6% 줄었고, 같은 해 크로아티아는 조도 제한법을 만들었다. 미국에서도 컴럼비아주를 비롯한 17개 주에 빛 공해 관련 법이 있다.

영국에서는 정치인들이 밤하늘 보호를 위한 의회 내 모임을 만들었다. 그리고 작년 12월 빛 공해를 줄이고 밤하늘 보호를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웨스트는 개인들도 빛 공해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종종 빛 공해가 가로등, 광고판, 밝게 빛나는 상업용 건물에 국한된 것이라 생각하면서, 개인의 주택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단하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밤이 되면 커튼을 닫아 뒷뜰로 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고, 불을 밝혀야 할 부분만 비추고, 보안등도 필요한 곳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등이다.

애리조나주의 투산은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해 가로등을 밝기를 낮췄지만, 가로등 외에도 많은 것들이 빛 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사진 출처,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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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주의 투산은 빛 공해를 줄이기 위해 가로등을 밝기를 낮췄지만, 가로등 외에도 많은 것들이 빛 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변화를 일으키려면 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시모어는 농담처럼 플라스틱 오염이나 기후 변화와 같은 난해한 문제보다 빛 공해가 해결이 쉽기에 이 문제를 연구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론적으로 오늘 밤에도 빛 공해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들이 행동하게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됐다.

사람들이 어둠을 이해하는 방식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야간에 시각 능력이 제한되기에 더 밝은 것이 안전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시모어는 밤에 많은 조명이 있는 것이 실제로는 그림자와 눈부심을 만들어 안전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온라인을 통해 대규모 별 관찰 행사를 연 이브스는 “어둠을 악과 동일시하는 사회적 통념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밤하늘을 바라봄으로써 이러한 통념이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그녀에게는 도움이 됐을지도 모른다. 특히 비좁은 집안에 갇혀 지내는 이들은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모두는 상실감을 크게 느꼈어요. 별을 보는 게 사람들이 유대감을 갖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별을 보기에도 상황이 더 좋아졌다. 영국 자선단체인 CPRE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에는 빛 공해가 전년 동기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틀리는 인류가 자연적 어둠과 관계를 재구성하는 것이 자연 그대로의 어둠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지구가 직면하고 있는 다른 모든 문제들처럼, 빛 공해는 우리가 즉시 해결할 수 있는 생태계의 스트레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