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둘째 주겠다”
‘완벽 유언장’
민법이 정한 안전한 유언 방식
“모든 자산을 나를 끝까지 모시고 살았던 둘째 아들에게 준다.” 한 아버지의 실제 유언장이다. 둘째 아들을 제외한 자녀들은 이 유언장을 백지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글씨체가 맞는지, 도장은 잘 찍혀 있는지 등을 다퉈보는 것. 그러자 둘째 아들은 유언효력확인 소송을 내며 선수를 쳤다. 민법이 정한 유언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등 다섯 가지. 이 사례에서 등장하는 유언장은 자필증서다.
민법에 따르면 자필증서는 ‘자필’로 써야 한다. 누가 대신 써주거나 컴퓨터로 쓰는 건 안 된다. 자필로 쓴 유언장 뒤에 컴퓨터로 작성한 재산목록을 첨부했다면 무효라는 게 판례다. 날짜를 적을 때는 연·월·일 모두 적어야 한다. 이름 옆에는 도장이나 지장을 찍어야 하는데, 사인했다가 무효가 된 판례도 있다. 고인의 글씨체가 맞는지 생전 은행 거래 서류, 아파트 매매계약 서류 등으로 필적감정을 하는 일도 빈번하다. 둘째 아들의 소송 결과 유언장은 법적으로 ‘완벽한’ 유언장이었고, 결국 둘째 아들은 소송에서 이겼다.
이처럼 민법은 유언장의 형식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형식이 틀리면 내용이 아무리 진짜이더라도 무효가 된다. 녹음 유언은 규칙이 비교적 간단하다. 유언자가 유언 내용과 함께 이름과 날짜를 말하고, 증인 1명이 “유언자 본인의 유언이 맞다”면서 이름을 말하면 된다. 그런데 의외로 증인 이름을 빼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름을 깜빡한 증인이 “유언자에게 ‘처형’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동영상에 있으니 이름을 말한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사건이 있었는데,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영상이 물거품이 됐다.
또 자필증서에서 글씨체를 두고 다투듯, 녹음 유언에서는 파일의 진위를 두고 다툰다. 짜깁기한 영상을 재판부가 “유언자의 진의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경우도 있다. 파일을 카카오톡이나 메일로 받아서 저장해 두는 일도 흔하지만,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원본 파일이 담긴 녹음기기를 그대로 보관하는 게 안전하다.
공정증서 방식은 유언자가 공증인과 증인 2명 앞에서 유언하는 방식이다. 공증인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임명받은 사람, 공증인가를 받은 법무법인 등을 말한다. 공증인은 유언을 필기하면서 들은 뒤 낭독해서 유언자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한다. 유언자가 반혼수 상태로 고개를 끄덕인다? 무효라는 판례가 있다. 이 외에 비밀증서, 구수증서 방식의 유언도 민법에서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