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강물에 버려진 약물, 전 세계 보건 위협한다’

 조사에 따르면 튀니지 튀니스 블루강의 의약품 농도는 세계적으로 심각한 편이다
 

전 세계 강물의 약물 오염이 “환경 및 세계 보건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요크대 연구진이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강물의 약물 오염 실태 조사 결과, 파라세타몰(해열 진통제)과 니코틴, 카페인, 뇌전증 및 당뇨병 약제가 여러 곳에서 검출됐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실시됐다.

파키스탄, 볼리비아, 에티오피아의 강은 가장 심각한 약물 오염 정도를 보였다.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아마존 열대 우림의 강의 오염도는 비교적 양호했다.

강물에서 가장 흔하게 검출되는 약제가 끼칠 영향은 아직도 대부분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러나 피임약이 강에 흘러 들어가면 물고기의 발달과 번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졌다. 학자들은 강물의 항생제 농도가 증가하면 의약품으로서 항생제의 효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라오스 남칸강의 이 지역은 전반적으로 낮은 약품 오염 농도를 보인다
 

이번 연구는 100여 개 국가, 1000여 군데서 표본을 채취했다.

그 결과, 전체 258개 하천 중 4분의 1 이상에서 수생 생물에 해로운 수준의 ‘원료의약품(API)’이 검출됐다.

연구를 이끈 존 윌킨슨 박사는 B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의약품을 복용하고, 의약품은 우리 몸에서 제 역할을 하고, 그 뒤 우리 몸에서 배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밝혀낸 것은 가장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폐수처리장도 약물이 강이나 호수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완전히 분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가장 많이 검출된 약물은 뇌전증 및 신경통 치료제인 카르바마제핀과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이다.

진통제 일종인 파라세타몰뿐만 아니라 카페인(커피), 니코틴(담배)과 같은 소위 ‘일상적인 소모품’도 높은 농도로 발견됐다.

아프리카에서는 아르테미시닌(말라리아 치료제)도 고농도로 검출됐다.

베로니카 에드몬즈-브라운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 수생생태학자는 B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의약품은 (하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각각의 의약품을 개별적으로 실험해봐야 하는데 비교적 연구가 적다”고 밝혔다.

“신체 및 정신 질환에 대한 약리학적 해결책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기에 상황은 더 악화할 것입니다.”

이번 보고서는 하천의 항생제 농도 증가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출현으로 이어져 의약품의 효능을 저하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환경과 인류 보건에 세계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별로는 중저소득 국가의 하천 오염도가 가장 높았으며, 지역별로는 오물 투기와 부실한 폐수 관리가 이뤄지거나 의약품 제조 공장이 있는 곳의 오염이 심각했다.

 케냐 나이로비 강은 의약품 오염이 가장 심각한 하천에 속한다
 

영국 버밍엄대에서 신종 오염물질을 연구하는 모하메드 압달라 부교수는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강의 약물 오염이 매우 심각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폐수 처리 인프라가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의료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가장 취약한 계층이 사는 곳이기에 심각한 문제입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 보고서의 주저자인 윌킨슨 박사는 다소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윌킨슨 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보다 훨씬 똑똑한 많은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는 약물을 적정히 사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생제와 같은 약품을 구하기 더 까다롭게 만들고 복용량도 엄격하게 제한하자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