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공포’ 미세먼지 근본 대책 강구해야

이재봉
본지 대기자

고농도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미세먼지가 지난 32527일 전국을 뒤덮었다. 미세먼지로 시야는 뿌옇고 숨쉬기도 힘들었다. 짙은 안개로 가시거리가 100m도 채 안 되는 미세먼지에 노출된 시민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환경부가 지방자치단체와 미세먼지 저감 비상조치를 시행했지만 시민들의 분통만 더 터지게 했을 뿐이다. 거리에 청소차를 투입하고 공공 대기배출시설의 운영 시간을 단축하는 게 전부였다.

정부는 327일부터 미국·일본 수준으로, 예전보다 훨씬 강화된 초미세먼지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환경기준을 강화해서 시민들에게 경각심만 불어넣는 것은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대기오염 측정소 확대, 석탄화력발전 셧다운, 공기청정기 설치 등을 뛰어넘는 정책이 요구된다. 사태의 위중함을 직시해 정책적 폭과 수위를 더해가야 한다.

미세먼지는 4~5월에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잔인한 봄을 예고한다. 미세먼지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도는 외려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만이 아니라 많은 시민이 미세먼지를 침묵의 살인자라며 생명의 위협을 호소하고 나설 판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미봉책에 짜깁기 재탕 수준이란 지적을 면치 못하는 어설픈 미세먼지 대책을 되풀이해 온 탓이 크다.

미세먼지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심각한 문제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국내외 오염물질 축적과 대기 정체다.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확대하고 오염 원인국인 중국이 책임 있는 자세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협력에 나서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발생량의 절반 안팎을 점하는 중국과의 환경외교도 강화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영유아 및 어린이 같은 건강 취약계층에는 더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060년 한국의 대기오염 조기사망자가 5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미세먼지 대책은 우리 모두의 탓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지키겠다며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고, 이를 추진할 대통령 직속 대책 기구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여러 가지 대책이 쏟아졌지만 이전과 거의 달라진 게 없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과 관련 법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세먼지는 일상적 공포가 됐다. 위협받는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 보호는 국가의 최대 책무다. 근본적인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뒀다고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국민이 안심하고 숨 쉴 수 있게 하려면 실천·지속 가능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처방을 마련해 속도감 있게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