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4일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에 있는 ‘희망의 목장’에서 요시자와 마사미 대표가 평소 전국으로 반원전 시위를 다닐 때 사용하는 트럭에 실린 ‘카우고질라’ 조형물을 가리키고 있다. 차량에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내지 말라’고 쓰인 깃발이 걸려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된 직후 반경 20km 이내 지역이 피난구역으로 선포됐다. 쓰나미에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방사능 피폭까지 당한 채 피난길에 올랐다. 피폭된 동물들은 대부분 버려졌다. 목장의 소들은 절반가량이 굶어 죽었고 나머지는 정부가 살처분했다.
오직 죽음만이 남았던 땅. 목장 노동자였던 요시자와 마사미(69)는 “소도 생명인데 그렇게 죽일 순 없다”고 생각했다. 정부 지시를 어기고 접근 금지 구역으로 들어가 먹이를 줬다. 12년간 소 수백 마리를 보살핀 그는 버려진 목장을 인수했다. 휴일에는 피폭된 소를 형상화한 조형물 ‘카우 고질라’를 실은 차량을 타고 전국을 누비며 원전 반대 시위와 강연을 한다.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에 있는 ‘희망의 목장’에서 요시자와 대표를 만났다.
-원전 사고 직후 어떻게 소들을 구했나.
“원전 폭발 직후 목장이 접근 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소를 대피시킬 겨를도 없이 모두 피난을 가야 했다. 우리 목장을 제외한 다른 목장에선 굶어 죽은 소의 시체가 넘쳐났다. 정부는 살아남은 소를 다 죽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나는 소를 키우는 사람이다. 생명을 죽이지 않겠다’고 했다. 바리케이드를 뚫고 소들한테 먹이를 배달해 소 330마리를 살렸다. 소들은 방사성 물질에 피폭됐고 피폭된 땅에서 자라는 풀을 먹기 때문에 도축할 수 없다. 바보 같은 짓일 수도 있지만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저 돌보는 것이다.”
-피폭된 소들에게 흰 점이 생겼다고 들었다.
“사고 1년쯤 지나니 20마리 정도에 하얀 반점이 생겼다. 피폭 때문인가 생각했고, 정부도 조사하러 나왔다. 정부의 최종 결론은 ‘이유를 모르겠다. (피폭과) 연관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다’였다. 결론을 내지 않고 비겁하게 도망간 것이다.”

5월 24일 일본 후쿠시마현 나미에마치에 있는 ‘희망의 목장’에서 요시자와 마사미 대표가 기차역 표지판을 본떠 만든 희망의 목장 표지판 앞에 서 있다.
-차량에 실린 ‘카우 고질라’는 어떻게 만들었나.
“피폭된 소를 형상화해 예술가가 만들어 준 것이다. 영화 ‘고질라’의 줄거리는 미국의 수소폭탄 실험 때문에 바닷속 고대 괴물이 깨어난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키우던 소가 원전 방사능을 맞았다는 의미에서 ‘카우(소) 고질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우리 목장의 소들은 ‘후쿠시마의 교훈을 잊지 말라’는 살아 있는 상징이다. 나미에마치에는 원전 사고 전 2만1,500명이 살았는데 지금은 2,000명만 남았다. 고향에서 쫓겨난 주민들은 한이 깊다. 마그마 같은 원한을 동력으로 삼아 나는 일생 동안 원전에 맞서 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