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오염: ‘마스크에 묶인 부리’… 쓰레기로 고통받는 새들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둥지를 틀거나 쓰레기에 엉켜있는 새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새와 쓰레기’라는 제목으로 열린 온라인 프로젝트에 전 세계 사람들이 쓰레기로 고통받는 새의 사진을 올렸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새들이 밧줄이나 낚싯줄부터 풍선 리본이나 끈 샌들까지 온갖 쓰레기에 뒤엉켜 있거나 쓰레기로 둥지를 틀고 있다고 밝혔다.

제출된 사진 중 25%가량이 일회용 마스크로 고통받는 새들의 모습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폐기물, 그중에서도 플라스틱 폐기물이 새에 미치는 영향을 포착하는 데 초점을 뒀다

 미국의 사진작가 메리 카포럴 프라이어가 포착한 목에 마스크가 걸린 청둥오리의 모습
 이번 프로젝트를 이끈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알렉스 본드 박사는 “새들이 해초, 나뭇가지, 갈대와 같은 긴 섬유질 재료로 둥지를 만든다면 둥지 어딘가에 인간이 버린 쓰레기 잔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본드 박사와 동료들은 4년간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쓰레기와 엉킨 새들의 모습을 한번 찾기 시작하면 어디서든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본드 박사는 “일본, 호주, 스리랑카, 영국, 북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진실로 전 세계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본드 박사와 동료들은 최근 제출된 사진 중 일회용 마스크와 같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개인보호장비(PPE)에 관한 사진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사진의 약 25%가 이에 해당했다.

 싱가포르에서 발견된 마스크에 입이 묶인 검은해오라기. 이번 사진 프로젝트에서 코로나19 관련 쓰레기 중 가장 흔한 품목이 바로 마스크다
 본드 박사는 “(개인보호장비 중) 대부분이 마스크였다”면서 “새의 다리에 마스크 끈이 엉켜있는 경우도 봤고, 마스크의 천 부분이나 코를 받치기 위해 넣은 딱딱한 플라스틱을 삼키려다 다친 새들도 봤다”고 설명했다.

“비록 ‘플라스틱’이라는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발견되는 쓰레기는 각기 다른 화합물입니다. 마스크가 그 좋은 예입니다.”

 2020년 4월에 발견된 이 미국 울새처럼 마스크 끈에 엉킨 새들이 많다
 

연구진은 너무 많은 쓰레기가 자연환경으로 흘러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회 체제적 문제”를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캐나다 달하우시대의 저스틴 아멘돌리아 수석 연구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생물종에 미치는 영향이 가히 “파멸적”이라고 말했다.

아멘돌리아 연구원은 “2020년 4월 마스크에 몸이 엉킨 새가 캐나다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비슷한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다”면서 “전 세계에 걸쳐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인간이 환경에 얼마나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에서 포착된 이 검둥오리는 둥지를 뒤덮은 쓰레기 때문에 발견하기조차 쉽지 않다
 

한편 본드 박사는 “대나무 칫솔이나 천 쇼핑백으로 바꾼다고 해서 세상을 구할 수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 플라스틱은 상업 및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충분하다. (바꿔야 한다)’ 라고 말하기 위해선 위로부턴 정부 정책이, 아래로부턴 대중의 압력이 결합해야 합니다.”

아멘돌리아 연구원은 “이러한 사진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 슬픔을 느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그러나 야생동물들이 코로나19 기간 겪어야만 했던 불필요한 고통, 종종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들의 고통으로부터 우린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의 슬픔이 행동을 위한 동력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플라스틱 밧줄과 낚시 장비 속에서 둥지를 튼 노르웨이의 바다새
 

한편 본드 박사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몬트리올 의정서’와 같은 전 세계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몬트리올 의정서’는 오존층 파괴 물질의 생산과 사용을 규제하기 위해 1989년 발효된 국제 협약으로, 지금까지 체결된 국제 협약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플라스틱 오염을 규제하는 비슷한 협약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그 속도가 매우, 정말 매우 느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