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직접 타격, 3개 핵시설 성공적 공격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격 직후 21일 밤 미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의 공격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격 직후 21일 밤 미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의 공격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땅속까지 뚫고 들어가는 초대형 폭탄인 벙커버스터 등 최첨단 화력을 동원해 이란 핵시설을 기습 타격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 핵 심장부로 알려진 포르도 지하 핵 농축 시설과 나탄즈 및 이스파한의 핵시설을 ‘완전 제거’했다는 게 미국 주장이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충돌에 미국이 본격 개입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함에 따라 ‘세계의 화약고’ 중동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2주간의 협상 시한을 이란에 부여한다는 입장 표명 후 불과 이틀 만에 이뤄졌다. 비록 이란의 핵 위협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하더라도 외교적 해결 노력이 충분했는지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직 ‘힘의 논리’에 의존, 핵 위협 근거 제시는 물론 선전포고조차 없이 강행한 무력행사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국제 평화 및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핵 전문가인 마크 피츠패트릭은 “환기구는 이미 두꺼운 암반을 뚫고 공기 구멍을 낸 구조이기 때문에 여기를 타격하는 것이 지하 구조물의 무결성을 해치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 핵위협방지구상(NTI)의 스콧 로에커 부회장도 “환기구는 이 시설에서 아마 가장 취약한 지점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막사 테크놀로지가 공습 다음 날인 22일 촬영한 포르도 핵시설의 사진을 보면 미군이 투하한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지역 일대가 희뿌연 회색으로 변했다.

막사 테크놀로지가 공습 다음 날인 22일 촬영한 포르도 핵시설의 사진을 보면 미군이 투하한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지역 일대가 희뿌연 회색으로 변했다.

한때 흙으로 뒤덮여 갈색을 띠었던 산비탈은 일부가 폭탄과 폭발의 영향으로 희뿌옇게 변했고, 거대한 폭탄이 폭발하면서 지형 자체가 달라진 지역도 있었다.

미국 싱크탱크 대서양협의회의 선임 연구원인 알렉스 플리차스는 뉴욕포스트에 “(포르도 핵시설 주변) 지형이 바뀌었다. 과거 사진과 비교해보면 폭격 이후 평평한 지대가 새로 생겼다. 이는 그 아래에 있던 것(핵시설)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이란 핵시설 완전 제거” vs 이란 “지상만 피해”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격 직후인 21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이번 공격은 매우 성공적”이라며 “이란의 주요 핵농축 시설은 완전히 제거됐다”고 주장했다.

친트럼프 매체로 분류되는 폭스뉴스 역시 “포르도 시설에 벙커버스터 총 12발이 투하됐고 이는 곧 지하에 존재하던 모든 핵 관련 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사실상 포르도는 없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와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메흐디 모하마디 이란 국회의장 보좌관은 21일 엑스에 “이란은 지난 며칠 동안 포르도 시설에 대한 공격을 예상했다”면서 “이에 핵시설을 대피시켰으며 이번 공격으로 인한 회복 불가능한 피해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모하마드 마난 라이시 이란 의원도 이란 파르스 통신에 포르도 시설이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았다며 “피해는 대부분 지상 부분에 국한돼 복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언론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벙커버스터가 포르도 핵시설까지 닿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이 이번 이란 공격에 사용한 벙커버스터가 지하 60m까지 관통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포르도 핵시설은 그보다 깊은 지하 80~90m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의 공격 후 걸프 지역에서 방사능 영향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공습 약 5시간 이후 외부 방사능 수치 증가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이란이 2006년부터 비밀리에 건설한 포르도 핵시설은 6년 뒤인 2012년 우라늄 농축 활동을 시작했다. 건설에 17억 달러(약 2조 3000억원)가 든 것으로 추산되며 약 3000대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돼 매달 30~35㎏의 60%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이를 90%로 농축하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해진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탄두 9개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우라늄을 농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남 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