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도 안 했는데 ‘OK’

학교 석면 측정 카르텔…아이들 공기는 서류로만 안전했다

학교 석면 철거 현장에서 실측 없이 ‘기준 이하’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석면 측정 전반에 카르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석면은 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학교는 가장 엄격한 예방이 요구되는 공간이지만 현행 제도는 공기의 안전보다 보고서 제출에 초점을 맞춰 왔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석면 철거 현장. 사흘간의 측정 결과는 모두 ‘이상 없음’으로 보고됐지만, 학부모 모니터단의 기습 점검에서 분석 장비 미가동 정황과 미개봉 시료가 발견됐다. 측정이 이뤄졌다는 객관적 흔적은 없었고, 그럼에도 결과표에는 동일한 ‘기준치 미만’ 문구가 반복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별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본다.

 

방학이라는 짧은 공사 일정에 맞춰 문제 없는 업체가 선호되고,

측정은 위험 발견이 아니라 공사 완료를 정당화하는 절차로 전락하며,

감독은 서류 확인에 그치고,

문제 없음보고서가 대금 지급과 다음 계약으로 이어지는 순환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위험을 발견하지 않는 업체만 살아남는 시장이 만들어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석면 철거의 핵심은 공사 완료가 아니라 아이들이 다시 들어갈 때 공기가 안전한지”라며 “지금 구조에서는 누구도 공기의 안전을 최종 책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교 석면 제거에는 매년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여전히 1천 곳이 넘는 학교·유치원에 석면이 남아 있다. 관리 주체는 교육청, 인허가는 노동당국, 기준은 환경당국으로 책임이 분절돼 실패의 책임이 사라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측정 원자료·분석 로그 의무 공개, 학부모·시민 상시 감시 제도화, 동일 업체 반복 수주 제한, 허위 측정 업체 영구 퇴출 등 제도 전면 개편 없이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이들이 숨 쉬는 공기는 보고서가 아니라 현실로 안전해야 한다.

학교 석면 측정 카르텔은 환경 관리 실패이자 국가 보호의무 방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 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