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처리장이 아닌 ‘수익 공장’으로…환경·경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충북 음성의 한 산업단지 한켠. 흰색 스티로폼 덩어리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쓰레기’가 아니다. 파쇄기를 통과한 순간, 그 골칫거리 스티로폼은 돈이 되는 자원으로 변한다.
“하루에 스티로폼 5톤을 처리합니다. 부피를 1/50로 줄이면 운송비도 절약되고, 녹여 만든 펠릿은 kg당 300원까지 팔립니다.”
스티로폼 재활용 공장을 운영하는 김정훈 대표(47)는 파쇄기의 굉음을 뚫고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 ‘하얀 쓰레기’가 하루 수백만 원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스티로폼은 가볍고 부피가 커 그동안 재활용이 쉽지 않았다. 매립하면 분해가 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들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이 바꿨다. 스티로폼을 파쇄해 부피를 줄이고, 고온에서 녹여 재생 원료로 만드는 ‘용융 재활용’ 기술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폐스티로폼 발생량은 연간 25만 톤에 달하며, 그중 절반 이상이 재활용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30% 수준에 불과했던 재활용률이 크게 늘었다.
“쓰레기에서 돈이 나옵니다”
김 대표는 “예전엔 폐기물 처리비가 더 들어서 가져가려는 업체가 없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수거차들이 줄을 섭니다”라며 웃었다.
현재 그는 인근 농가와 상가에서 나온 스티로폼을 수거해 파쇄·압축·용융 과정을 거친 뒤 국내 단열재 회사와 플라스틱 원료 제조업체에 납품한다.
스티로폼을 원료로 하는 재활용 산업은 자원 순환 경제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폐스티로폼이 오히려 안정적인 수익원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쓰레기가 지역 일자리를 만드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지역 일자리와 환경 개선, 일석이조
음성 공장에는 현재 1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대부분 인근 마을 주민들이다.
정순애(62) 씨는 “이전에는 마을에 버려진 스티로폼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졌는데, 지금은 그것을 모아 팔면서 부수입도 된다”며 “환경도 깨끗해지고 일자리도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지자체도 지원 나서
환경부는 폐스티로폼의 안정적 회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수거보상제’와 ‘재활용 촉진시설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 김포·전남 여수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주민이 직접 모은 스티로폼을 kg당 100원에 보상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한때 해안가를 뒤덮던 스티로폼 쓰레기가 이제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하얀 금맥’이 됐다.
김 대표는 “지금의 기술이 더 발전하면 폐스티로폼이 아예 ‘제로’가 될 수도 있다”며 “환경과 경제가 함께 가는 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 용 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