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피어오르는 매립가스, 시커먼 침출수 흐르는 길… 사람의 삶이 버텨낼 수 있을까
“여긴 그냥 쓰레기장이 아니라, 사람이 버려진 자리예요.”
인천 수도권 대형 매립지 인근 마을로 들어서자, 만난 주민의 첫마디였다. 차 문을 연 순간, 숨을 들이쉬기 어려울 만큼 매캐한 악취가 폐 깊숙이 파고들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냄새는 멈추는 시간이 없다.
“냄새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다”… 하루종일 이어지는 유해가스
매립장 경계로 다가갈수록 공기는 더 무거워졌다. 황화수소 특유의 ‘썩은 달걀 냄새’와 메틸메르캡탄이 뒤섞여 코를 뚫고, 마스크 두 겹을 써도 막히지 않았다.
주민 A씨(58)는 “아침에 문 열면 냄새가 얼굴을 때린다”며 “애들은 목이 따갑다, 눈이 아프다며 학교 가기도 싫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취재진이 휴대한 간이 측정기는 몇 차례 경고음을 울렸다. 매립가스가 지표로 새어 나오면서 주변 공기질이 급변하는 탓이다. 주민들은 “풍향이 동쪽으로만 돌아도 집 안에 냄새가 꽉 찬다”며 “창문은 계절과 상관없이 잠겨 있다”고 말했다.
매립장 아래쪽 배수로를 따라가자, 시커먼 고인물이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주민들은 “저게 다 침출수”라고 입을 모았다. 눈으로 보기에도 물빛이 탁했고, 특유의 화학 냄새가 피어올랐다.
농민 B씨는 “작물 뿌리가 썩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제 실감난다”며 “물길이 오염돼 땅이 아프니 작물이 버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하수도 믿지 못한다. 일부 가정은 먹는 물을 사다 쓰고, 길게는 수년째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쓰는 집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물에서 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는 주민의 설명은 오염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냈다.
폐기물 더미 위로 하얀 연기… “밤엔 더 무섭습니다”
해가 지기 전, 매립지 상단에서는 뿌연 연기가 슬금슬금 피어올랐다. 매립가스가 자연 발열과 반응해 ‘열점(Hot spot)’이 생긴 것이다. 주민들은 “밤에는 불빛까지 보여 더 무섭다”고 했다.
“이러다 병 나 죽겠다”… 버려진 환경 한가운데에 남겨진 사람들
마을회관에는 ‘폐기물 반입 중단하라’, ‘침출수 관리 실태 공개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잔뜩 걸려 있었다. 주민 C씨는 “여기 살면 기침은 기본, 두통은 매일”이라며 “병원비보다 공기청정기 값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대책은 더디기만 하다. 지자체는 “대체 매립지 확보가 어렵다”고 반복하고, 정부는 “장기적 검토”만 되풀이한다. 주민들은 “기다리다 병든다”
해가 완전히 기울 무렵 마을을 빠져나왔지만, 코끝을 파고든 매립 냄새는 한참 동안 잊히지 않았다.
주민들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우린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서 늙어가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라 그냥 버려진 땅이 돼버렸어요.”
경 정 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