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곡천을 실험대 삼나”… 나주시의회, 폐기물 시설 ‘전면 제동’

취약하천에 폐기물 처리장 추진 논란… 전문가 “침출수 한 방이면 수년 회복 불가.주민들 “농사·아이들·마을이 무너진다” 거센 반발

나주 왕곡천이 또다시 지역 갈등의 한복판에 섰다. 하천 인근에 폐기물 처리시설을 세우려는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나주시의회가 사실상 ‘전면 백지화’ 요구에 나섰다. 시의회는 “환경적으로 부적합한 지역에 위험시설을 억지로 앉힐 수 없다”며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전문가들 평가도 냉정하다. 왕곡천은 유속이 느리고 정체수역이 많은 ‘환경취약지’로 꼽힌다. 미량의 오염에도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는 하천 구조라는 것이다.

한국환경정책연구원 김도현 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왕곡천은 수질완충능력이 거의 없습니다. 침출수가 한 번만 유입돼도 BOD·총질소·총인이 단숨에 치솟고 회복에 몇 주씩 걸립니다. 사실상 폐기물 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구조입니다.”

김 박사는 “환경영향평가 역시 단기 샘플링에 그쳐 하천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왕곡천은 최소 1년 단위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장 분위기는 더 격렬하다. 왕곡천은 이 지역 농가의 생명줄이자 생활 기반이다. 시설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주민들이다.

왕곡면에서 3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온 A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왕곡천은 논에 물 대는 하천입니다. 침출수 한 번 스며들면 흙이 죽고 농사도 끝입니다. 몇 년을 망쳐요. 이걸 왜 우리한테 떠넘깁니까.”

아이를 둔 부모들의 걱정도 깊다.

인근 거주 B씨는 “여기 애들이 하천에서 뛰놀아요. 물장구 치고 돌 던지고… 그런데 폐기물 시설이라니요. 아이들한테 위험을 왜 감수하라는 거죠?”

인근 거주 B씨는 주민들이 악취·소음·폐기물 운반 차량 증가 등 생활권 붕괴까지 우려하며 “여긴 그냥 시골마을이 아니라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고 토로했다.

 

절차적 불신도 크다. 주민들은 그동안 열린 설명회·공청회가 “결과를 알리는 자리”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한 주민은 “의견을 묻는 척하지만 이미 결정해놓은 듯한 태도였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과정에서 빠져 있었다. 주민이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고 했다.

 

나주시의회는 이번 결의안에서 왕곡천을 “반드시 보호해야 할 생태·수질 취약지”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하수 오염 ▲침출수 유출 ▲농경지 피해 ▲주거지 밀집 지역과의 충돌 등을 이유로 “사업 중단이 합리적인 결론”이라 못박았다.

시의회 관계자는 본지에 “환경 피해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 한 사업은 추진해선 안 된다. 이것이 사전예방 원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전문가와 주민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왕곡천은 위험에 취약한 곳이며, 이 지역에 폐기물 시설을 세우는 것은 “환경보다 사람이 먼저 무너지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건 민원이 아니라 생존 문제입니다. 아이들과 농사와 마을을 지키려면 끝까지 싸울 겁니다.”

 

나주시는 의회 결의와 주민 반발을 고려해 사업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논의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주민A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환경 문제는 사고 난 뒤 고치면 이미 늦습니다. 나주시의 이번 선택은 지역 환경 정책의 분수령이 될 수 있습니다.”

 

      김 영 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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