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쉼터가 발암물질 노출 공간으로

한강·청계천·안양천보이지 않는 석면 공해의 실체

서울 한강 여의도공원과 청계천, 안양천 등 도심 하천과 공원 곳곳에서 석면이 포함된 폐기물과 조경석이 장기간 방치돼 왔다는 사실이 환경단체의 조사로 확인됐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산책로와 잔디, 하천변이 사실상 석면 노출 위험 공간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지적이다.

석면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인체 위해성이 명확히 입증된 1급 발암물질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석면 문제가 여전히 ‘과거의 환경오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공해임을 보여준다.

 

8차례 조사, 시료 104개 중 75%에서 석면 검출

 

환경단체는 올해 5월부터 12월 초까지 서울과 경기 주요 하천과 공원을 대상으로 총 8차례 석면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과정에서 채취한 검사 시료는 104개, 이 중 약 75%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조사 대상 지역은 한강 여의도공원을 비롯해 청계천, 안양천, 정릉천, 성북천, 경기 중랑천 등 시민 이용도가 높은 공간들이었다. 대부분의 시료는 석면슬레이트 또는 석면이 포함된 조경석으로 추정되는 파손 자재였다.

 

여의도공원, 1시간 조사로 석면 의심 시료 30

 

특히 한강 여의도공원의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조사팀은 단 1시간여 만에 석면슬레이트로 의심되는 시료 30개를 채취했고, 정밀 분석 결과 70%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문제의 시료들은 공원 외곽이나 접근 제한 구역이 아닌, 산책로 인근·잔디 가장자리·조경석 사이에서 발견됐다. 시민들이 걷고 뛰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과 석면 폐기물이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청계천은 조사할 때마다 석면

 

청계천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환경단체는 청계천을 대상으로 세 차례 조사를 진행했는데, 모든 조사에서 석면슬레이트 폐기물이 반복적으로 발견됐다. 이는 일회성 유입이 아니라, 하천 정비 과정이나 과거 불법 처리된 건설 폐기물이 누적된 결과로 분석된다.

안양천과 중랑천, 정릉천, 성북천 등에서도 석면조경석과 파손된 석면 자재가 확인돼, 도심 하천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석면은 왜 아직도 공원에 남아 있는가

 

석면 사용은 이미 전면 금지됐지만, 문제는 과거에 사용된 석면 건축자재의 처리 과정이다. 노후 주택과 공장, 창고 철거 과정에서 발생한 석면 폐기물이 적정 처리 비용과 관리 부담을 이유로 불법 방치되거나, 건설폐기물로 파쇄돼 순환골재에 섞여 재사용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유통된 골재가 하천 정비, 공원 조성, 조경 공사에 사용될 경우 석면은 다시 생활 공간 속으로 되돌아온다. 전문가들은 이를 ‘2차·3차 석면 공해’로 규정한다.

 

미세 섬유, 장기 노출이 더 위험하다

 

석면의 위험성은 즉각적인 증상이 아니라 장기 누적 노출에 있다. 파손된 석면 자재에서 발생하는 미세 섬유는 공기 중에 떠다니다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된다. 수십 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악성 중피종 등 치명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하천과 공원 이용 시민들이 자신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고는 있었지만, 조치는 없었다

 

환경단체는 그동안 석면조경석과 석면폐기물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지적해 왔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석면 관리 책임이 환경부, 지자체, 하천 관리 기관 등으로 분산돼 있어 명확한 주체가 나서지 않는 행정 공백이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원과 하천은 ‘안전한 공공 공간’이라는 인식 속에서 환경 유해물질 관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는 지적이다.

 

학교 다음은 공원과 하천국가 정책 전환 요구

 

환경단체는 2027년까지 추진 중인 전국 학교 석면 철거 정책 이후, 공공 공간을 대상으로 한 석면 제거 국가 정책이 본격화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1.도심 하천·공원 석면 전수 조사.

1.석면 의심 자재 즉각 제거.

1.순환골재 석면 검사 의무화를 할것과.

 

조사 결과 공개와 시민 안내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에서 석면을 제거하면서, 시민들이 걷는 공원과 하천을 방치하는 것은 정책의 모순”이라며 “석면 문제를 더 이상 과거의 유산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수 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