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직매립 금지 선언만 앞섰다

준비 없는 정책, 수도권 쓰레기 대란 키운‘기후에너지환경부’

2026년부터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시행 불능 위기에 놓였다. 정책 시행까지 1년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를 감당할 공공 소각장 확충은 사실상 전무하다. 기후·환경 보호를 내세운 정책이 준비 부족으로 오히려 쓰레기 처리 대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 자체 소각하지 못하는 생활폐기물은 하루 2468t에 달한다. 서울 1156t, 경기도 1017t, 인천 295t으로, 매일 이 물량이 수도권매립지나 민간 소각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 이 같은 임시 처리 구조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수도권 33개 시·군 가운데 공공 소각장 처리 능력이 부족한 지역은 26곳에 이르지만, 2026년 이전 소각장 증설을 완료할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제도 시행과 동시에 대규모 ‘처리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들의 대응 역시 시행 시점과 동떨어져 있다. 서울시는 하루 1000t 규모의 마포 신규 소각장 준공 목표를 2029년 말로 잡았고, 인천시와 경기도도 2027~2031년에 걸쳐 소각 시설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직매립 금지 시점과 최소 1~5년의 시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국토 면적이 좁고 매립지 수명이 한계에 이른 현실을 반영한 제도다. 수도권에서 2026년부터 우선 시행한 뒤 2030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그러나 소각장이 대표적 님비(NIMBY) 시설이라는 점은 정책 설계 단계부터 충분히 예견됐다.

그럼에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지자체는 주민 설득, 보상 체계 마련, 대체 부지 확보 등 핵심 과제를 사실상 뒤로 미뤄왔다. 환경 정책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검증 없이 시행 시점만 못 박은 전형적인 정책 실패 사례”라며 “환경 목표를 내세웠지만 행정 준비는 부재했다”고 지적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정책 시행 유예 가능성을 언급했다. 부처 관계자는 “2026년 직매립 금지 목표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자체 여건에 따라 일정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의견 수렴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의 실효성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직매립 금지를 계속 미루는 것도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미 상당수 지자체는 공공 소각장 부족을 이유로 민간 소각장에 생활폐기물 처리를 맡기고 있다. 2020년 이후 민간 소각장을 활용한 지자체는 전국 226곳 가운데 누적 105곳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일본은 공공·민간 구분 없이 지자체가 비용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처리 시설을 선택하도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직매립 금지라는 원칙만 앞세운 채, 인프라 구축과 사회적 합의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6년을 불과 1년 앞둔 지금, 수도권 쓰레기 정책은 환경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준비 없는 정책 추진이 초래한 ‘예고된 실패’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경 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