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 한 달. ‘매립 제로’ 정책의 취지가 무색하게 폐기물의 최종 처리 경로를 둘러싼 논란이 비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강원 강릉·동해·삼척·영월과 충북 제천·단양 등 이른바 ‘시멘트 벨트’ 지역의 시멘트공장이 수도권 폐기물의 최종 소각처로 거론되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최근 서울 동작·마포·강북구가 직매립 금지 대상 폐기물을 재활용업체에 위탁 처리하는 과정에서, 해당 물량이 시멘트공장으로 반입되는 구조가 일부 확인됐다. 이에 따라 ‘재활용’이라는 명분이 사실상 소각을 위한 전처리 과정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멘트환경문제해결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조달청 나라장터 자료를 토대로 수도권 직매립금지 생활폐기물의 민간위탁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66개 지자체 중 41곳이 민간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민간소각시설 계약: 28건, 42만1,603톤
재활용업체 계약: 15건, 30만3,850톤
남양주시와 구리시는 소각과 재활용을 병행 계약해 전체 계약 건수는 43건에 달한다.
범대위는 특히 재활용업체로 위탁된 30만 톤 이상 물량의 최종 처리 경로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이들 폐기물이 파쇄 과정을 거쳐 사업장폐기물로 전환된 뒤, 환경기준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시멘트공장에서 소성로 연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 동작구의 경우 평택 소재 재활용업체가 낙찰을 받아 시멘트공장 반입 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구 역시 원주 소재 재활용업체가 인근 시멘트공장으로 반입 계획을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업체 측은 “종량제 봉투 폐기물은 반입하지 않으며, 폐가구·폐매트리스 등 대형폐기물만 파쇄해 보낸다”고 해명했다. 강북구 또한 폐합성수지류가 위탁 계약을 거쳐 시멘트공장으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범대위는 “형태가 무엇이든 수도권 폐기물이 시멘트공장에서 소각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시멘트업계는 폐합성수지 등을 대체연료로 활용하는 것이 자원순환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시멘트공장의 환경관리 기준이 민간소각시설보다 느슨하다고 지적한다.
질소산화물(NOx) 배출 기준이 소각시설보다 높게 설정돼 있고, 총탄화수소(THC)는 굴뚝자동측정기기(TMS)로 상시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유입 물량과 배출 물질에 대한 실시간 감시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범대위는 “60년 넘게 시멘트공장 인근 주민들이 대기오염과 건강 피해 우려 속에 살아왔다”며 “수도권 폐기물까지 떠안는 구조는 생존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13개 지자체에 공개 요구… “반입 전제 계약 파기해야”
현재 서울 금천·관악·은평·구로·광진구와 경기 남양주·고양·김포·이천·부천·구리·용인·안성 등 13개 지자체가 직매립금지 폐기물을 재활용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범대위는 이들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시멘트공장 반입 여부 ▲최종 처리 경로 ▲계약의 적정성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시멘트공장 반입을 전제로 한 계약이 확인될 경우 즉각 파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멘트벨트 지역 일부 지자체는 “수도권 쓰레기 반입을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종량제 봉투 제한 수준에 그쳐 중간재활용업체를 통한 ‘우회 반입’까지 차단할 구체적 대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직매립 금지 정책은 매립지 의존 구조를 탈피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소각·재활용 설비 확충 없이 정책이 시행되면서, 폐기물의 이동과 처리 방식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처리 과정 전반의 투명성 확보와 간실시 배출 관리 강화, 지역 간 협의 구조 마련이 병행되지 않으면 ‘원정 소각’과 유사한 사회적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도권의 쓰레기가 과연 ‘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비수도권의 시멘트공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적법하고 안전한지에 대한 사회적 검증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시멘트벨트 지역 지자체들이 수도권 쓰레기 유입을 제한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지만, 종량제봉투 반입을 제한하는 수준에 그쳐 중간재활용업체를 통한 ‘우회 반입’까지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수도권 쓰레기 반입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강원 삼척시와 충북 제천시·단양군 역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나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최종 처리 계획을 승인하는 수도권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처리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지역 간 갈등은 물론 시멘트벨트 지역 주민들의 집단적인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남화 범대위 상임공동대표는 “재활용업체로 폐기물을 보내는 13개 수도권 지자체는 최종 처리 계획이 시멘트공장인지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재활용을 빙자해 수도권 쓰레기가 시멘트공장으로 몰리는 이른바 ‘수도권 쓰레기받이’로 전락하는 상황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조 무 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