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준한 산지에서 일일이 발로 뛰어야 했던 산림조사가 첨단 기술을 만나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울창한 숲 내부를 스스로 비행하며 3차원 정보를 수집하는 ‘라이다(LiDAR) 탑재 자율주행 드론’이 본격 도입되면서다.
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은 숲 내부를 자율적으로 비행하며 나무의 높이와 직경, 수관 구조 등을 정밀 측정할 수 있는 드론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드론은 복잡하게 얽힌 나무 기둥과 가지 사이를 스스로 인식하고 회피하며 안정적으로 비행한다. 별도의 수동 조종 없이도 숲 안쪽까지 파고들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기술의 중심에는 라이다 센서가 있다. 레이저를 사물에 발사한 뒤 반사 신호를 분석해 대상의 형태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자율주행차에 활용되는 센서 기술을 산림 현장에 접목한 것이다. 숲의 상층부뿐 아니라 잎과 가지에 가려 보이지 않던 내부 구조까지 동시에 스캔해 3차원 데이터로 변환한다.
그 결과 나무 둘레와 개체 정보 측정 정확도는 96%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기존에는 조사원이 직접 줄자를 들고 산을 오르내리며 표본을 측정해야 했지만, 이제는 드론이 상공과 숲 내부를 동시에 훑으며 정밀 자료를 확보한다.
조사 효율성도 크게 개선됐다. 1헥타르(ha)당 약 2시간이면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 기존 인력 중심 조사 방식보다 최대 10배 가까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특히 급경사 지형이나 낙석 위험 지역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안전하게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는 단순한 장비 도입을 넘어 산림 관리 체계의 전환을 의미한다. 3차원 정밀 데이터는 탄소 저장량 산정, 산불 피해 분석, 병해충 확산 예측, 산사태 위험 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산림 탄소흡수원 관리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과학적·정량적 관리 기반이 강화되는 셈이다.
산림청은 앞으로 드론 기술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위성영상, 빅데이터 분석 등을 접목해 스마트 산림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사람이 직접 산을 오르던 시대에서, 데이터가 숲을 읽는 시대로의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
산림조사의 ‘발품’이 ‘레이저’로 바뀌는 순간, 숲은 더 안전하고 더 정밀하게 기록되기 시작했다.
산림청은 앞으로 드론뿐 아니라 여러 첨단 기술을 접목해 산림 관리 체계를 더욱 발전시켜 가겠다는 목표이다.
임 홍 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