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 분석 전 현장 훼손… “증거 인멸 가능성” 논란
경남 창녕군 창녕읍 조산리 일대 농지가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에 휩싸이며 지역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성분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 현장이 중장비로 훼손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거 인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창녕군은 조산리 농지에 묻힌 물질의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해 경남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그러나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 해당 업체가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현장을 파헤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를 환경조사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현장 보존 원칙’을 훼손한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환경 전문가는 “오염 여부와 범위를 판단해야 할 핵심 시점에 현장이 훼손됐다”며 “위법 행위를 숨기기 위한 증거 인멸 시도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료 채취 과정의 절차적 문제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조사 과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 일정 통보와 입회를 요청했지만, 충분한 안내 없이 시료 채취가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창녕환경단체 관계자는 “시료 채취 과정은 이해관계자의 입회와 공개가 보장돼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창녕군이 개발행위자에게 모든 책임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해당 사업을 허가한 점도 문제”라며 “환경오염과 같은 공익적 사안에서 행정의 관리·감독 책임을 사실상 민간에 떠넘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분석 과정에서 토양 오염도 검사 항목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창녕군 관계자는 “해당 분석 항목에 토양 오염도 측정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환경부의 법령 해석과 개정 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현재까지 확인된 분석 결과는 기준에 미달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환경 전문가는 “환경부 개정안은 특정 부지 기준을 일부 완화한 것일 뿐 주변 환경에 대한 오염 책임까지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며 “농지 인근 토양과 지하수에 대한 추가 정밀 조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향후 창녕군의 대응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행정 처분으로 끝날지, 아니면 검찰 고발 등 사법적 조치로 이어질지에 따라 행정에 대한 지역사회의 신뢰 회복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료 분석을 앞둔 상태에서 발생한 현장 훼손 문제는 환경 조사 신뢰성과 법적 책임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유 남 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