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산성비 30년 ‘독해졌다’

“비 10번 내리면 10번 산성비”…생태계·지하수 영향 우려

제주에 내리는 비가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산성화되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비가 산성비로 측정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오염이 장기간 축적되면서 제주 자연환경과 생태계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이 제주시 지역 강수의 산성도를 30년간 분석한 결과 1996년 연평균 pH 5.07이던 빗물 산성도는 2024년 pH 4.5, 2025년 pH 4.7 수준으로 낮아졌다.

pH 값만 보면 0.37~0.57 정도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빗물 속 수소이온 농도가 최대 3.7배 증가한 것로 분석된다. pH는 로그 단위이기 때문에 수치가 조금만 낮아져도 산성도는 크게 강화된다.

환경 전문가들은 “30년 동안 제주 대기의 오염 부담이 누적되면서 산성비 강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성비 발생 빈도 역시 크게 늘었다.

2025년 제주시 연동 도시대기측정소 자료에 따르면 연간 강수일수 110일 가운데 107일(97.3%)이 산성비로 측정됐다.

이는 1996년 산성비 강하율 51.8%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결국 30년 전에는 비 10번 중 5번이 산성비였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비가 산성비라는 의미다.

 

산성비는 일반적으로 pH 5.6 미만의 비를 의미한다.

최근 제주 빗물의 산성도는 pH 4.5~4.7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상적인 음료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즉 제주에 내리는 비의 산성도는 블랙커피보다 강하고 토마토 주스에 가까운 수준이다.

 

산성비는 주로 다음과 같은 오염물질 때문에 발생한다.

화력발전소,산업시설,자동차,항공기등 이동오염원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이 대기 중에서 물과 반응해 산성 물질을 형성한다.

특히 제주도는 편서풍의 영향으로 중국 등 동아시아 산업지역에서 이동해 오는 장거리 대기오염 영향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산성도가 일시적으로 완화된 사실도 확인됐다.

 

제주 빗물의 연평균 산성도는

2018~2019년 : pH 4.8

2020~2021년 : pH 4.9

로 다소 높아졌다.

이는 공장 가동 감소와 항공기 운항 축소로 대기오염 배출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산성비가 장기간 지속되면 다양한 환경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숲 생태계 약화,식물 뿌리 수분 흡수 저해,토양 산성화,유기물 분해 교란,건물·교량·문화재 부식시키고

특히 지하수 의존도가 높은 제주 환경 특성상 장기적으로 지하수 수질 변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에서 30년 동안 유지돼 온 산성비 측정 방식도 올해부터 바뀐다.

기존 방식은 비가 내리면 즉시 산성도를 측정하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24시간 동안 내린 빗물을 모아 평균 산성도를 측정하는 국가 측정망 기준을 적용한다.

이 방식은 하루 전체 오염부하를 파악하는 데 유리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초기 강한 산성비가 희석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가 처음 내릴 때 대기 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포함해 산성도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제주 산성비 문제를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대기오염 구조의 결과로 보고 있다.

산성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 배출 관리 강화

교통·항공 오염 저감

동북아 국가 간 대기오염 공동 대응

등 장기적인 환경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영 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