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문동 사고 ‘시 부실’ 공식 확인…사후 처벌만 반복

시공사 영업정지 4개월

지난 7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굴착공사장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의 원인이 시공 부실로 공식 확인되면서, 반복되는 지반 참사가 ‘우연’이 아닌 구조적 실패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반침하 사고를 조사한 서울특별시 지하사고조사위원회는 연약 지반에서 필수적인 흙막이 벽체와 차수 시공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채 굴착이 진행됐다고 결론 내렸다. 흙막이 벽체 누수와 토사 유실이 반복되며 땅속에 공동(空洞)이 형성됐고, 결국 지반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공사에 영업정지 4개월, 감리사에 업무정지 처분을 요청했다.

최근 수년간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원인과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문제는 이런 결론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지하철·하수관로·대형 개발 공사 현장 인근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조사 결과는 늘 부실 시공, 형식적 감리, 계측 이상 무시로 귀결됐다.

이번 이문동 사고 역시 계측기 이상 변위가 감지됐음에도 공사는 중단되지 않았고, 위험 신호는 현장에서 묵살됐다. 전문가들은 “지반침하는 갑작스러운 재난이 아니라, 경고가 누적된 끝에 발생하는 인재”라고 지적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은 뒤따른다. 그러나 처벌은 늘 사후적이다. 공사는 이미 끝났고, 땅은 이미 꺼진 뒤다. 지하 안전과 관련한 법과 매뉴얼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비용과 공기(工期) 앞에서 쉽게 무력화된다.

감리 역시 독립적인 안전 관리자라기보다 공정 확인 역할에 머무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위험 신호를 인지해도 공사 중단을 요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사고 예방’은 제도 속 문구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반침하 관측망 구축과 GPR 탐사 확대, 민관 합동 점검 강화를 대책으로 내놨다. 사조위도 다수 계측기에서 이상 변위가 감지되면 기준치와 무관하게 즉각 대응하는 체계로의 전환을 권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책이 아니라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복 사고 현장에 대한 공사 중지 권한 실질화, 감리 독립성 확보, 발주기관 책임 강화 등 근본적 변화 없이는 같은 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반침하는 경고 없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경고를 외면하는 구조다.

이문동 사고가 또 하나의 통계로 남을지, 아니면 연이은 지반 참사의 마지막 경고가 될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 경 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