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하수관로 매몰사고, ‘불법 하도급’이 부른 예고된 참사

공공공사 안전관리 체계 붕괴중대재해처벌법 첫 시험대에 오른 지자체

지난 4월 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고양시 하수관로 공사 매몰사고가 불법 하도급과 공공 발주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 결과, 시청 공무원이 개입한 불법 하도급 정황이 확인되며 공공공사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중대재해수사1팀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시공사 대표 A씨(57)를 구속하고, 고양시청 B과장 등 공무원 3명과 건설사 관계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단순한 현장 안전사고를 넘어, 행정 권력과 건설 현장이 결합된 구조적 불법이 확인된 것이다.

낙찰은 형식, 시공은 불법무너진 공공공사 질서

 

경찰에 따르면 고양시청 공무원들은 정식 낙찰업체인 C토건을 압박해, 실질적 시공 능력과 안전 관리 체계가 검증되지 않은 D건설에 불법 하도급을 주도록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공사 계약 구조는 형식만 유지된 채, 현장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졌고 안전관리 의무는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였다.

환경·안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법 하도급 구조를 중대재해의 전형적인 위험 신호로 지적한다. 하수관로 공사는 지반 붕괴, 토사 유실, 유독가스 노출 등 고위험 요소가 상존하는 작업으로, 시공 주체의 기술력과 안전관리 역량이 생명과 직결된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불법 하도급이 개입되면 공사비 절감 압박이 곧바로 안전비용 축소로 이어진다”며 “이번 사고는 토사 붕괴 이전에 이미 제도적으로 매몰돼 있던 사고”라고 평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 ‘현장이 아닌 구조를 묻다

 

이번 수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범위가 민간 기업을 넘어 지자체와 공무원 책임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공사 발주·관리 과정에서의 행정 개입 정황을 확인했고, 공무원의 직무상 지시가 불법 하도급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현재까지 공무원과 하도급 업체 간 금품이나 부당한 대가가 오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대가 여부와 별개로, 공공기관의 불법 개입 자체가 중대재해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환경법률 전문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결과가 아닌 예방 책임을 묻는 법”이라며 “공무원이 안전관리 체계를 왜곡하거나 무력화했다면 형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하수관로 사고, 제도는 왜 작동하지 않았나

 

하수관로 공사 사고는 전국적으로 반복돼 왔다. 그러나 사고 이후에도 불법 하도급, 다단계 계약, 책임 회피 구조는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지자체 발주 공사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돼 온 비공식 개입과 압박 구조가 안전을 가장 먼저 희생시켜 왔다는 비판이 거세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공공사 불법 하도급 전수조사, 지자체 공무원 안전 책임 명문화,고위험 공정에 대한 상시 감시체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현장 노동자와 하청업체만 처벌받아 왔다”며 “이번 수사는 공공 발주 구조 자체를 책임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가 아닌 사고 이전을 묻는 사회로

 

이번 고양 하수관로 매몰사고는 단순한 현장 관리 실패가 아니라, 공공 행정과 건설 산업 전반에 뿌리내린 안전 경시 구조가 낳은 결과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사고 이후 책임 추궁을 넘어 불법 하도급과 행정 개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구조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사람이 죽은 뒤에야 움직이는 제도는 이미 실패한 제도다.”

 

       조 용 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