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버리고 지방은 숨 못쉰다…
서울에서 발생한 생활쓰레기가 충청도로 내려가 소각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수도권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충청권은 이를 태우는 ‘환경 부담 이전’이 일상이 됐지만, 이를 총괄해야 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환경당국과 지자체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처리하지 못한 생활폐기물 상당량이 충남·충북의 민간 소각장으로 반출돼 처리되고 있다. 서울시는 “광역 처리 체계”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수도권 소각장 부족이 빚어낸 책임 회피에 가깝다.
소각장은 지방으로, 민원은 주민 몫
수도권에서는 주민 반발과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공공 소각장 신·증설이 번번이 좌절됐다. 그 결과 서울 시민이 하루하루 배출한 쓰레기는 고스란히 충청권으로 이동한다. 충북·충남의 소각장 인근 주민들은 악취와 미세먼지, 건강 피해 우려를 감수하고 있다.
충청권 한 주민은 “서울의 편의를 위해 왜 우리가 희생돼야 하느냐”며 “이건 광역 행정이 아니라 환경 불평등”이라고 토로했다.
기후환경 말하고, 쓰레기는 떠넘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기후위기 대응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을 강조하면서도, 쓰레기를 수백 킬로미터 이동시켜 소각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 장거리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은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기후를 외치면서 쓰레기는 지방으로 보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26년 직매립 금지, ‘충청도 소각’ 더 늘까
2026년 수도권 직매립 전면 금지를 앞두고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수도권 내 공공 소각장 확충 계획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서울 쓰레기의 충청권 반출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충청도가 사실상 수도권 쓰레기 소각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전문가들은 “발생지 처리 원칙을 무너뜨린 채 지방에 의존하는 구조는 명백한 정책 실패”라며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나서 수도권 자체 처리 원칙을 강제하지 않는 한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안 명 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