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막지 않았다면 책임은 국가에 있다”
헌법이 국가에 부과한 생명권 보호의무는 사고 이후의 수습이 아니라 사고 이전의 방지에 있다. 특히 위험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그 결과가 치명적이라면 국가는 이를 예견 가능한 위험으로 인식하고 제도적 차단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수렵 총기 사용은 바로 이 기준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예견 가능성’은 이미 충분했다
수렵 총기와 관련한 위험은 우발적이지 않다.
민가 인접 사냥, 등산로 중첩, 안개·야간 수렵, 탄두 낙하 가능성은 수년간 반복 제기돼 왔다. 주민 민원, 사고 사례, 언론 보도만 보더라도 위험은 이미 공지된 사실이었다.
헌법재판소 판례는 “국가가 위험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보호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수렵 총기 제도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방지 수단은 있었지만 도입하지 않았다
문제는 기술이나 제도의 부재가 아니다.
GPS 기반 수렵자 위치 관리, 민가·학교·등산로 반경 내 수렵 자동 제한, 기상 조건 연동 출고 제한 등 위험 방지 수단은 이미 존재한다.
그럼에도 법은 이를 ‘권고’ 수준에 머물게 했고, 의무 규정으로 끌어올리지 않았다. 이는 선택의 문제였지, 불가능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고 후 책임’ 중심 구조의 한계
현행 법체계는 사고 발생 후 개인 과실을 묻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헌법상 보호의무는 사후 처벌이 아니라 사전 예방을 요구한다.
총기 사고가 반복될수록, 이는 개인의 실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위험을 방치한 구조적 문제로 성격이 바뀐다.
예견 가능한 위험 방지, 법에 명시돼야
전문가들은 수렵 총기 관리에서 다음과 같은 방지 의무가 법률로 명문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가·학교·등산로 일정 거리 내 수렵 전면 금지
안개·야간 등 시야 불량 조건 시 총기 출고 제한
수렵자 실시간 위치 추적 및 통제 의무화
반복 민원 지역 자동 수렵 제한 구역 지정
사고 발생 시 해당 제도 자동 재검토 규정 도입
이는 규제 강화가 아니라, 헌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생명 보호 장치다.
방치가 계속되면 ‘위헌적 부작위’ 논란 불가피
법조계 일각에서는 “위험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제도 개선을 하지 않았다면, 이는 단순 행정 실패를 넘어 위헌적 부작위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총을 허용한 국가는, 위험을 줄일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 진 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