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품 폭증의 책임, 소비자가 아니라 정책과 구조에 있다
대한민국은 1회용품 공화국이 됐다. 커피 한 잔, 배달 음식 한 끼마다 쓰레기가 쏟아진다. 그러나 이 사태의 책임을 시민 개인의 ‘의식 부족’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일이다. 구조를 만든 것은 기업이고, 이를 방치한 것은 정부다.
‘재활용 가능’ 표시는 면죄부였다
기업들은 1회용품을 쏟아내며 ‘재활용 가능’이라는 문구 뒤에 숨었다. 그러나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낮다. 복합 재질, 과도한 포장, 비용 절감을 위한 저품질 설계가 선별 단계에서 걸러진다.
기업은 포장을 줄이지 않았고, 정부는 이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았다. 결과는 소각장과 매립지로 향하는 쓰레기 산이다.
치우는 비용은 세금… 책임은 묻지 않았다
1회용품 처리 비용은 매년 늘고 있다. 수거·소각·매립 비용은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부담으로 쌓이고, 이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문제는 쓰레기를 만든 주체가 아니라 치우는 주체가 비용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점이다. 생산자 책임 강화는 수년째 구호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규제 완화, 기업은 사용 확대
정부는 ‘소비자 불편’을 이유로 1회용품 규제를 미뤄왔다. 규제는 유예됐고, 단속은 느슨했다. 그 사이 배달·테이크아웃 시장은 폭증했고, 1회용 포장은 표준이 됐다.
기업은 비용이 적게 드는 1회용품을 선택했고, 정부는 사실상 이를 용인했다. 정책 공백이 쓰레기 폭증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후위기 말하면서 1회용품은 그대로
1회용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만들어진다. 생산과 소각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외치면서도 1회용품 감축에는 소극적이었다.
탄소중립을 말하면서 일회성 소비를 방치하는 것은 정책적 자기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에 맡긴 결과가 지금의 쓰레기 산
정부는 기업의 자율을 믿었다. 그러나 자율은 작동하지 않았다. 포장은 줄지 않았고, 재사용 전환도 더뎠다. 책임을 강제하지 않는 정책은 사실상 방조에 가깝다.
환경정책 전문가들은 “1회용품 문제는 시장에 맡길 사안이 아니라 명확한 규제가 필요한 공공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묻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왜 정부는 알면서도 미뤘는가.
왜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환경 부담을 사회에 떠넘겼는가.
1회용품을 줄이지 않는 한 쓰레기, 세금, 건강 피해는 계속 늘어난다.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응답할 차례다.
임 홍 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