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속되는 해수면 상승, 어촌·도시·산업 인프라 ‘위험 수위’
바닷물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올라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더 이상 학계의 경고나 미래 보고서 속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연안을 위협하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지난 100여 년간 약 20cm 상승했다. 최근 상승 속도는 연간 3~4mm 수준으로, 과거보다 두 배 이상 빨라졌다. 빙하와 빙상이 녹아내리고, 바닷물이 따뜻해지며 부피가 팽창한 결과다. 문제는 이 흐름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침수는 시작일 뿐”…연안 마을의 경고
해수면 상승의 충격은 연안 저지대부터 나타난다. 만조 때마다 도로와 주택이 잠기고, 해안선은 해마다 뒤로 밀린다. 바닷물이 지하수로 스며들며 농경지와 식수원까지 위협하는 ‘염수 침투’ 현상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서해와 남해 연안에서는 폭풍해일과 겹친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수면이 몇 센티미터 오르는 것 자체보다, 태풍·집중호우와 결합할 때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고 지적한다.
항만·산단·발전소까지 위험권
위험은 어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항만, 산업단지, 발전소, 해안 관광지 등 국가 핵심 인프라 상당수가 해안에 집중돼 있다. 기존 방재 시설은 과거 해수면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기준선이 올라가면 방파제와 배수 체계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기후 전문가들은 “해수면 상승은 느리지만 되돌릴 수 없는 변화”라며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수십 년 뒤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경고한다.
‘감축’ 없이는 해결 없다
해수면 상승의 근본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상승은 수십 년, 수백 년간 이어진다. 동시에 이미 진행 중인 변화에 대응하는 적응 정책도 시급하다. 연안 관리 계획 전면 재검토, 침수 취약 지역의 단계적 이전, 방재 기준 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해수면 상승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재난”이라며 “지금의 정책 선택이 미래 해안선의 위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바다는 하루아침에 넘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 오른 수위는 다시 내려가지 않는다. 해수면 상승은 이미 시작됐다. 문제는 우리가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 용 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