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수사외압 이겨낸,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준장 진급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거센 외압 논란의 한복판에 섰던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결국 준장으로 진급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11일 단행된 군 소장·준장급 장성 인사에서 준장으로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진급은 단순한 인사 차원을 넘어, 군 수사의 독립성과 법치 원칙을 둘러싼 상징적 결정으로 평가된다. 박 준장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당시, 사건 축소와 책임 회피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원칙에 따른 수사를 고수하며 외압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직무 배제와 조직 내 고립 등 적잖은 부담을 감수했지만, 수사의 기본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 준장은 군사경찰·군 수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적 수사 전문가다. 일선 부대 사건부터 중대 사망사고, 군 기강·인권 사건까지 폭넓은 수사 경험을 갖췄으며, 특히 “지휘 논리가 아닌 법과 증거가 수사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진급을 두고 “수사외압 논란으로 상처 입은 군 사법체계에 대한 최소한의 회복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군 수사는 지휘 체계 종속 문제와 독립성 훼손 논란이 반복돼 왔는데, 외압 논란을 견뎌낸 수사 책임자를 장성급으로 발탁한 것은 군이 스스로 보낸 메시지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전투 지휘뿐 아니라 군 기강 확립, 법치와 인권 보호 등 비전투 분야에서도 전문성과 소신을 갖춘 인재를 중용했다”며 “군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이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보직이 가를 전망이다. 박 신임 준장이 군 수사·감찰 관련 핵심 보직을 맡을 경우, 채 상병 사건으로 촉발된 군 수사 독립성 논쟁이 제도적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채 상병 사건은 여전히 군과 사회에 깊은 질문을 남기고 있다. 외압 논란의 당사자가 장성으로 진급한 이번 인사는, 그 질문에 대한 군의 첫 번째 답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경 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