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민원 2배 폭증… “이대로면 지난 여름같이 비 한 번에 도시 기능 멈출 수도”
전문가들 “하수는 도시의 혈관… 지금 손 안 대면 더 큰 사고 난다”
전국 곳곳에서 하수구 막힘이 일상 불편을 넘어 도시 관리의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싱크대 기름, 화장실 물티슈, 노후 하수관이라는 ‘3대 복합 요인’이 겹치면서 시민 생활권 곳곳에서 역류·악취 민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장 전문가들은 “하수구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도시를 돌리는 가장 중요한 혈관”이라며 “막힘이 가벼운 문제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역류·악취 민원 3년 새 2배… “뚫어도 다시 막힌다”
환경부와 지자체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하수구 막힘·역류 민원은 전국 평균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경기에서는 지하 상가 침수가 반복되고, 지방 중소도시는 정체된 오수가 외부로 새어나와 악취가 ‘한여름 폭염’ 수준으로 치솟는 일이 늘었다.
한 하수도 기술자는 “겉에서 보기엔 멀쩡해도 내부는 기름 찌꺼기와 물티슈가 굳어 돌덩이처럼 변한 ‘팻버그(Fatberg)로 가득한 곳이 많다”며 이 상태에서 비만 세게 내려도 바로 역류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30년 넘은 노후 하수관 20%… 도시 안전에 ‘직격탄’
전국 하수관의 5분의 1이 설치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관이다. 균열·침하가 생긴 관로에서는 빗물과 오수가 뒤섞이며 역류 위험이 커지고, 일부 도시는 지반 침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하수관 기능은 한 번 상실되면 대규모 도시 침수로 이어지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 문제를 더 미루면 ‘도시 전체 배수 장애’ 같은 초대형 사고가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생활습관만 바꿔도 절반은 해결된다
전문가들은 “하수구 막힘의 70% 이상은 시민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고 말한다.
기름류는 싱크대 절대 배출 금지
물티슈·기저귀·펫 패드는 변기 투입 금지
욕실 배수구에 거름망 필수
음식점 기름·찌꺼기 관리 강화
지자체들은 상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 배출 안내 스티커, 아파트 단지 캠페인 등을 통해 경각심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과학적 관리”…관로 CCTV·고압세척·비굴착 보수
반복되는 막힘 구간은 더 이상 ‘뚫어보기식’ 대응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하수도 공단 관계자는 “고압세척, CCTV 정밀진단, 비굴착 보수공법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관을 열어보지 않고는 누수가 어디서 발생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단위의 ‘하수관망 대수술’ 시급
환경부는 하수 흐름을 실시간 감지하는 스마트관망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자체 예산 격차로 사업 속도가 크게 엇갈린다.
하수도학회 관계자는 “하수관은 도로보다 더 중요한 기반 시설이지만 투자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린다”며 “이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수십 년 단위의 대규모 정비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이지 않지만 이미 위험”…도시가 견디는 한계에 다가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수구 막힘 문제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한 도시 리스크”라고 지적한다.
도시 인프라가 빠르게 노후화되고 생활 배출량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하수구 관리가 뒤처질 경우 도시 기능이 한순간에 멈출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재난’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유 남 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