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는 15억 집 사는데…” 삼성전자 노조 4만 집결, 성과급 전면 개편 요구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성과급 체계 개편을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의 보상 격차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불만을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일대에서는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주최한 투쟁결의대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약 4만 명의 조합원이 참여해 도로를 가득 메우며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촉구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30대 직원은 “하이닉스에 다니는 지인은 최근 15억 원대 주택을 마련했다”며 “우리도 실적에 걸맞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2030 세대가 주축이 된 이번 집회에서는 경영진을 비판하는 강도 높은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노조는 현재 연봉의 50%로 제한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하면 약 45조 원 규모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회사는 늘 위기를 강조하지만, 우리가 생산을 멈추면 그 자체가 회사 가치의 증명”이라며 “18일간 파업 시 수십조 원 규모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업 현실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3만~4만 명 수준의 참여가 예상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고, 라인 정상화까지 추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기업 신뢰도 하락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또한 노조 요구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도 논란이다. 성과급 재원 45조 원은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액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업황 변동에 대비한 투자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쟁점도 남아 있다. 대법원은 올해 초 삼성전자 퇴직자 소송에서 성과급은 고정 임금이 아닌 사후적 분배 성격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파업의 명분이 충분한지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18일간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인력이 실제로 생산라인에서 이탈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 경 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