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CO₂ 흡수 늘며 pH 8.2→8.05로 급락… 조개·산호·플랑크톤 붕괴 조짐
남해·동해·제주 연안 집중 취재… “바다 화학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
경남 남해군의 한 전복 양식장. 어업인 이모(59) 씨가 손에 든 전복 껍데기를 가볍게 누르자 표면이 흰 가루처럼 떨어져 나갔다.
“예전엔 돌처럼 단단했어요. 요즘은 한 철만 지나도 이렇게 부서져요. 바닷물이 달라진 겁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다의 화학구조가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지구 대기의 CO₂ 증가로 인해 전 세계 바다가 빠르게 산성화(海洋酸性化)되고 있으며, 한국 연안도 이미 변화의 임계점에 접근하고 있다.
국제해양패널(IPCC)과 해양수산부 분석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8.2였던 해수 평균 pH는 최근 8.05까지 떨어졌다.
불과 pH 0.15의 변화지만 이는 해수 내 수소이온 농도 약 30% 증가, 즉 해양의 화학적 방어벽이 붕괴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연안의 상황도 심각하다.
동해 중부: 연평균 pH –0.015 하락
남해 서부: 여름철 고수온기 pH 급락 반복
제주 북부 난수역: CO₂ 용존량 세계 평균보다 빠른 증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한국 연안의 산성화는 이제 명확한 추세”라고 밝혔다.
산성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탄산칼슘(CaCO₃)으로 몸을 이루는 생물들이다.
굴·홍합·전복 유생의 ‘석회화’ 저하
산호 골격 약화 및 백화 가속
석회질 플랑크톤 감소 → 먹이사슬 붕괴
난·치어 생존률 감소 → 연안 어종 변화
전남·경남 일부 양식장의 조개류 생존률은 최근 몇 년간 최대 30~40%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한 어업인은 “10년 전엔 없던 폐사가 지금은 계절마다 반복된다”고 말했다.
산성화는 한 번 진행되면 회복까지 수십~수백 년이 소요된다.
해수에 축적된 CO₂는 심층해수 순환을 통해 방출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KIOST 박모 박사는 “지금 pH 변화는 한국 바다가 화학적 변환점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대로면 양식업과 연안 생태계 전반이 지속적 충격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산성화가 해양 문제의 ‘근본층’을 흔들고 있는 만큼,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안 pH·탄산시스템 실시간 관측망 통합
양식업 내성 품종 개발 및 해역별 대응지도 작성
해조류 기반 블루카본 확대
기후·해양정책 통합 관리체계 구축
해양 정책 연구자 최모 교수는 “산성화는 눈앞의 현상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해양 구조 자체를 결정하는 문제”라며 “정책 우선순위를 지금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 산성화는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생태계의 바닥부터 무너뜨리는 ‘조용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재난’이다.
한국 연안의 pH 데이터를 보면,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마주할 바다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바다가 아닐 것이다.
이 경 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