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모으면 달까지…‘썩는 플라스틱’, 구원인가 또 다른 착각인가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플라스틱은 92억 톤. 이 가운데 약 70억 톤은 재활용되지 못한 채 땅과 강, 바다로 흘러들었다. 플라스틱 오염은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이미 지구 곳곳에서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을 잠식하는 현재진행형 재난이다.

전 세계에서 매년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3억5천만 톤. 이를 25톤 트럭에 실어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3바퀴 이상감는다. 이 폐기물이 3년만 쌓이면 약 38만km,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와 맞먹는다. 썩지 않는 물질이 쌓이고, 부서지고, 미세화돼 결국 인간의 식탁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다.

강은 플라스틱을 바다로 실어 나르는 ‘오염의 동맥’이 됐다. 폭우와 범람이 반복될수록 플라스틱 유입은 급증하고,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에 축적돼 먹이사슬 최상단의 인간에게 도달한다. 문제의 본질은 양과 속도다. 생산과 소비가 줄지 않는 한, 수거와 정화는 뒤따라가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해법으로 떠오른 것이 생분해성, 이른바 ‘썩는 플라스틱’이다. 미생물의 대사 과정을 활용해 만든 플라스틱은 자연 조건에서 분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비닐봉지·빨대·일회용 컵 코팅 등 적용 범위도 넓다. 기업들은 “환경 부담을 줄이는 패러다임 전환”을 말한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비싼 가격(기존 대비 3배 이상), 대량 보급의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과소비를 정당화할 위험이다. “썩으니 괜찮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생산·사용 감축이라는 근본 처방을 흐릴 수 있다. 전문가들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해결책의 일부’로 규정하는 이유다.

국제사회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온실가스 규제에 이은 플라스틱 국제 규범논의가 본격화됐다. 생산·소비 제한, 일회용 단계적 퇴출, 생산자 책임 강화가 핵심이다. 자연 분해 소재의 확대는 필요하지만, 덜 만들고 덜 쓰는 구조 전환없이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썩는 플라스틱희망이 될 수 있으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생산 감축, 재사용 확대, 재활용 체계 개편이 동시에 가지 않으면, 달까지 이어지는 플라스틱 행렬은 멈추지 않는다. 지구는 더 이상 3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 경 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