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플라스틱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가 폭증하고 있다. 환경단체와 학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약 19kg, 이를 전체 인구(약 5,184만 명)에 대입하면 연간 약 98만 톤, 사실상 ‘백만 톤 소비 시대 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수병·일회용 컵·비닐봉투·배달 용기 등 생활 전반에 걸친 플라스틱 의존이 심화되며 국가적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배달·포장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은 가파르게 늘었다. 대표 품목만 따져도 국민 1인이 1년에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개수는 약 760개, 배달용 플라스틱 용기만 568개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가정에서 하루에 적어도 몇 개씩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문제는 재활용의 ‘착시’다. 겉으로 보기엔 70%대 재활용률을 자랑하지만, 실제 물질 재활용률은 16%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수거된 플라스틱 상당량은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되며, 오염물질은 토양·하천·해양으로 번진다. 이미 일부 지자체의 매립지는 포화 상태에 다다랐고, 해양 미세플라스틱 검출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라며 “소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재활용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확대, 다회용기 전환, 배달·포장 규제 강화 등 근본적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정부와 지자체는 일회용품 감축 목표를 제시했지만, 배달·커피 산업의 반발과 시민 불편을 이유로 정책이 잦은 수정·유예를 반복하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국가 정책이 일관성을 가지고 산업계와 함께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일상은 플라스틱으로 포위됐다. 지금 이 속도라면 한국이 내년엔 연간 100만 톤을 넘어서는 ‘플라스틱 소비 초과국’이 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편리함의 시대”를 지나 “쓰레기 후폭풍의 시대”를 마주한 한국. 일회용 플라스틱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곧 미래 환경의 분기점이 되고 있다.
경 정 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