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중앙 해역을 떠다니는 이른바 ‘태평양 거대 스레기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 사상 최대 규모로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이곳을 구성하는 플라스틱의 상당수가 아시아 도시에서 흘러나온 일상 생활 폐기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해양환경 감시기구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쓰레기섬을 이루는 플라스틱의 60% 이상이 연안 국가들의 가정·도시에서 버려진 포장재·비닐·페트병 등 생활 쓰레기로 확인됐다.
수십 년간 어업 장비가 주 범인으로 알려졌던 기존 인식과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생활계 폐기물 증가가 플라스틱 대륙 확대의 핵심 원인으로 파악됐다. 동아시아 연안에서 흘러나온 플라스틱만 전체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상당수가 ‘배달·간편식 포장재’와 같은 최근 소비패턴에서 직접 기인했다.
“집 앞 하수구에서 시작된 플라스틱이 2년 만에 태평양 한가운데로”
연구진은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 도시 하천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조각의 성분과 태평양 부유물 샘플을 대조한 결과, 성분·형태·색상 패턴이 90% 이상 일치한다고 밝혔다.
하수구→하천→연안→대양해류로 이어지는 이동 경로를 따라 평균 2~3년이면 쓰레기 조각이 태평양 중심부에 도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선박·어업 장비는 여전히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지만, 생활계 플라스틱의 폭발적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잘게 쪼개진 투명 필름·라벨지·포장재 조각’이 전체 부유물의 최다 비중을 차지했다.
온라인 쇼핑·배달 문화가 키운 ‘보이지 않는 쓰레기 대륙’
쓰레기섬에서 최근 가장 빠르게 증가한 것은 전자상거래와 배달 포장재였다. 완충재, 비닐랩, 포장 라벨 등 일회용·다층 필름 구조의 포장재는 재활용률이 낮고, 바닷물에 닿으면 수개월 내 부스러져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한다.
연구진은 “생활 쓰레기 중 상당수는 재활용이 아니라 ‘자연 방치’ 단계에서 이미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어업 폐기물도 치명적…“해양생물의 ‘보이지 않는 올무’”
어업 장비 폐기물은 쓰레기섬의 28%를 차지하며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특히 대형 선단에서 버려진 합성섬유 그물과 부표는 부력과 내구성이 강해 수십 년간 해류를 떠다닌다.
이 장비들은 거북·바다표범·참치 등 대형 해양생물의 목과 지느러미에 걸려 사망을 유발하는 ‘고스트넷(ghost net)’으로 변하며, 해양생태계를 장기적으로 훼손한다.
“태평양 쓰레기섬은 바다가 만든 게 아니라 도시가 만든 결과”
환경단체는 “태평양의 플라스틱은 바다에서 온 것이 아니라 육지에서 시작된 소비 습관의 투영”이라며 각국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국가 간 플라스틱 정책 강도 차이로 인해 한 나라의 느슨한 규제가 태평양 전체 오염을 악화시키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생활 플라스틱 규제 강화 △어업 장비 회수 의무화 △하천·항만 쓰레기 포집 시스템 확대 △국가 간 공통 규격의 포장재 정책 마련 등을 긴급 과제로 제시했다.
“태평양 쓰레기섬은 지금 이 순간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줄이지 않으면, 바다는 더 큰 ‘플라스틱 대륙’을 만들어 경고할 것”이라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안 명 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