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성명… ‘주민 건강권 침해, 명백한 환경범죄’ 규정
대기환경법·환경보건법·헌법상 생명권까지 쟁점 확산
국내 주요 환경단체들이 시멘트공장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 피해를 두고 “구조적 건강권 침해이자 환경범죄”라고 규정하며 정부와 기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현행 법 집행의 허점을 지적하며 전면적인 제도 개편과 법적 책임 추궁을 요구했다.
환경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시멘트공장은 단순한 산업시설이 아니라 장기간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공중보건 위험 시설”이라며 “기준치 이내라는 말로 면책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은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시멘트공장 인근 주민들은 수십 년간 분진, 중금속, 발암물질에 노출돼 왔다. 이는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예견 가능했고, 방지 가능했던 피해다.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단체들은 특히 ▲폐기물 대체연료 사용 확대 ▲노후 설비 방치 ▲형식적 환경영향평가를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또 “주민 건강 피해가 반복적으로 제기됐음에도 환경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책임 회피”라고 주장했다.
대기환경보전법
‘기준치 준수’는 면죄부가 아니다
대기환경보전법은 사업자가 오염물질을 배출할 경우 최소화 의무와 저감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배출 기준 충족 여부’만이 판단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기준치는 최소한의 행정 관리선일 뿐, 주민 피해가 발생할 경우 추가적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반복적·장기적 노출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별도로 성립될 수 있다.
환경보건법
국가는 ‘예방 의무’를 다했는가
환경보건법은 국민이 환경유해인자로부터 건강하게 생활할 권리를 명시하고, 국가와 지자체에 사전 예방 책임을 부여한다.
환경단체들은 “시멘트공장 주변 주민들은 명백한 환경유해인자 집단 노출군”이라며 “국가가 역학조사와 건강영향 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환경보건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어린이·노인 등 환경취약계층 보호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돼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헌법상 생명권·환경권
경제 논리보다 우선하는 기본권
헌법은 국민의 생명권과 환경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 역시 “국가는 환경으로 인한 생명·신체 침해를 예방할 적극적 의무가 있다”고 명시해 왔다.
법조계에서는 “시멘트공장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실질적 개선이 없었다면, 이는 헌법상 보호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기간산업이라는 이유로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영향평가의 형식화
‘통과 의례’로 전락한 제도
환경영향평가는 본래 사전 예방을 위한 핵심 제도지만, 시멘트공장과 같은 기존 대형 오염시설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단체들은 “주민 의견 반영은 요식행위에 그치고, 발암물질·복합 노출 평가는 배제된다”며 전면 재평가 및 사후 관리 강화를 요구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촉구했다.
시멘트공장 인근 전면 환경역학조사 즉각 실시
발암물질·중금속 포함 배출 항목 확대 및 상시 공개
주민 거주지 기준 실시간 측정 시스템 구축
피해 주민에 대한 의료 지원 및 배상 제도 마련
노후 공정 단계적 폐쇄와 대체연료 사용 전면 재검토
환경단체들은 성명 말미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지금의 침묵과 방치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방조 행위다. 시멘트공장 문제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에 관한 문제다.”
시멘트 산업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기술과 기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그리고 건강권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김 영 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