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 쓰레기장 으로 변하고 있다”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신지리 일대 야산과 농로 주변이 농업용 폐비닐과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였다. 단순한 방치가 아니다. 검게 변색된 폐비닐 더미는 이미 토양과 뒤섞이며 되돌릴 수 없는 환경 훼손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주민들은 이곳을 두고 “농촌이 아니라 불법 쓰레기 매립장 같다”고 분노한다.
현장에 쌓인 비닐과 비료 포대, 생활폐기물은 바람과 햇볕에 노출되며 잘게 찢어지고 있다. 이는 곧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토양 속에 축적된다. 이 토양에서 다시 농작물이 자라고, 그 농산물이 식탁으로 올라온다. 환경오염이 곧 국민 건강 문제로 직결되는 구조다.
토양·수질·생태계까지 연쇄 오염
농업용 폐비닐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다. 비닐에 잔존한 농약·비료 성분은 빗물과 함께 토양으로 스며들고, 인근 농경지와 하천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야산 가장자리에 투기된 폐비닐은 집중호우 시 그대로 쓸려 내려가 하천 오염과 산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환경 전문가들은 “농촌의 불법 폐비닐 투기는 도시의 불법 폐수 방류와 다르지 않은 명백한 환경 범죄”라고 지적한다. 한번 오염된 토양은 수십 년간 회복이 어렵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 전가된다.
반복되는 불법투기, 행정 책임은 없나
문제는 이런 장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거 체계가 있다는 이유로 행정은 손을 놓고, 농민과 주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겨 왔다. 수거 시기 불일치, 보관 공간 부족, 비용 부담 등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 결과가 바로 지금의 불법투기다.
폐기물관리법은 농업용 폐비닐 무단투기에 대해 과태료와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농촌 지역 단속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단속 없는 규제, 관리 없는 제도가 불법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수거 강화 없인 제2, 제3의 신지리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농업용 폐비닐 상시 수거 체계 구축, 마을 공동 임시보관소 의무화, 무단투기 지역 집중 단속, 지자체 책임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단순 계도나 캠페인으로는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여주시 능서면 신지리의 폐비닐 더미는 경고다. 농촌을 값싼 쓰레기 처리 공간으로 방치한 결과가 어떤 모습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 조치하지 않는다면, 이 오염은 고스란히 토양과 물, 그리고 사람의 몸속에 남게 될 것이다. 환경 문제를 더 이상 ‘농촌의 사소한 민원’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김 수 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