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지 관리 부실이 부른 참사..사망·실종 속출,구조 작업 난항
필리핀 세부에서 4층 건물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 산’이 한순간에 무너지며 대형 인명 참사가 발생했다. 도시의 폐기물을 떠받치던 불안정한 매립 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과 함께, 개발도상국 도시들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쓰레기 관리 실패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지시간으로 최근 세부시 인근 민간 쓰레기 매립지에서 대량의 생활폐기물과 토사가 뒤섞인 쓰레기 더미가 붕괴되며 작업자와 인근 주민들을 덮쳤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다수의 근로자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망자와 실종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구조대는 중장비와 맨손 수색을 병행하고 있지만, 쓰레기 더미 내부의 불안정성과 유독가스 발생 가능성 탓에 구조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붕괴는 집중호우나 지진 같은 외부 요인이 없었던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키우고 있다. 현지 당국은 매립 높이 과다, 배수·안정화 시설 미비, 관리 감독 부실 가능성을 놓고 조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매립지를 단순 적치 공간으로 방치해 온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필리핀에서는 과거에도 대형 매립지 붕괴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팽창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폐기물 처리 시스템, 불법·편법 매립, 안전 기준 무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보이지 않는 도시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기후위기와 맞물려 폭우·고온 현상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관리되지 않은 매립지는 언제든 도시 재난의 진앙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문제를 환경 미화 차원이 아니라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매립지 축소, 소각·재활용 확대, 국제적 지원과 감시 체계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 ‘쓰레기 산’ 붕괴는 필리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급증하는 폐기물과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행정 시스템이 맞물릴 때, 도시는 가장 취약한 곳부터 무너진다는 경고가 전 세계에 던져지고 있다.
조 무 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