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개선·서식지 회복이 부른 생태 회복의 신호
서해안 대표 인공호수인 시화호에서 올겨울 혹고니 떼가 얼어붙은 수면 위를 오가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 관측된 혹고니 개체 수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한때 ‘오염의 상징’이던 시화호가 생태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단체와 조류 전문가들에 따르면 강추위로 수면 일부가 빙판으로 변했음에도 혹고니들은 얼음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인근 개활수면과 얕은 수역에서 먹이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혹고니는 수질과 저서생물 분포에 민감한 종으로, 대규모 도래 자체가 서식 환경의 질적 개선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시화호는 과거 산업단지와 생활하수 유입으로 극심한 수질 악화를 겪었다. 그러나 수문 운영 개선, 오염원 관리 강화, 유입 하천 정비가 이어지며 부영양화 지표가 완화되고 저서생물과 수생식물이 회복세를 보였다. 이러한 변화가 혹고니를 비롯한 겨울철새들의 안정적인 월동을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혹고니는 단순 방문객이 아니라 서식지를 ‘선별’해 머무는 종”이라며 “개체 수 증가는 시화호 생태계가 최소한 철새가 의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빙판 위 철새를 가까이에서 보려는 탐방객 증가, 무분별한 먹이 주기, 드론 촬영은 혹고니의 에너지 소모와 집단 스트레스를 키울 수 있다. 특히 혹한기에는 작은 교란도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다.
환경단체는 “철새 보호는 ‘관찰하되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충분한 거리 유지. 지정 관찰 구역 준수. 먹이 주기·접근 촬영 금지를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겨울철 기온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습지는 철새들에게 더욱 중요한 피난처가 된다. 시화호의 혹고니 증가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습지 보전과 수질 관리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인프라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번 혹고니 대규모 도래를 일회성 현상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개발 압력 관리와 장기적 생태 모니터링이 필수”라며 “시화호를 철새 보호 중심의 생태 공간으로 관리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빙판 위를 유유히 걷는 혹고니의 모습은, 회복 중인 시화호 생태계의 현재를 보여주는 동시에 ‘지속 관리’라는 숙제를 남기고 있다.
조 무 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