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안보 전쟁’으로 번지다
지난 6일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미·일 공조에 반발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2010년 이후 16년 만에 다시 꺼낸 카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외교 보복을 넘어, 자원을 무기로 삼는 ‘환경안보 전략’의 본격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상무부가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일부 희토류 품목에 대해 대일 수출 허가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분은 ‘전략 자원 관리’지만, 외교가에선 대만 해협 문제를 공개 거론한 일본에 대한 경고로 본다.
희토류는 전기차·반도체·방위산업의 핵심 소재다. 문제는 이 자원이 심각한 환경 오염을 대가로 생산된다는 점이다. 중국 내 희토류 채굴 지역에선 방사성 폐수와 중금속 오염으로 토양·지하수가 파괴돼 왔다. 국제사회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동안, 중국은 환경 비용을 내부화하며 공급망 지배력을 키워왔다.
이제 중국은 그 지배력을 외교·안보 수단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희토류 통제는 단순한 무역 조치가 아니라, 환경 파괴를 감내한 국가만이 쥘 수 있는 비대칭 무기”라고 지적한다.
일본은 친환경 전환의 핵심 축인 전기차·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높다. 반한 해외 채굴에 묶여 있다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다.
일본 정부는 대체 공급선과 재활용 확대를 검토 중이지만, 단기간 내 중국 의존을 끊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신호이자, 일본과 동맹국을 향한 자원 경고로 읽힌다. 군사 충돌 없이도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환경안보 전쟁의 실험인 셈이다.
2010년의 희토류 봉쇄는 전초전이었다. 전기차·AI·방위산업으로 의존도가 커진 지금, 파급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안보 경쟁은 군사력보다 자원·환경·공급망을 누가 쥐느냐에 달렸다”며 “희토류는 그 출발점”이라고 경고한다.
정 하 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