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주요 하천의 조경석에서 석면이 잔존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현재의 관리 방식이 ‘농도 측정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법적 기준치 이내라는 결과만으로 시민 안전을 담보하기에는 부족하며, 비산방지제의 성능 저하를 사전에 관리할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하천 내 조경석 석면 비산 방지를 위한 관리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시내 홍제천·우이천·정릉천·전농천·도림천등 5개 하천에서 석면을 함유한 조경석이 확인돼 서울시가 비산방지제를 도포해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관리의 지속가능성이다.
기준치 이하지만, ‘안전의 증거’는 아니다
석면은 미세 섬유 형태로 공기 중에 비산될 경우 인체에 흡입돼 폐섬유증·폐암·악성 중피종등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2012년 석면안전관리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서울 하천 조경석은 총 4만3천 톤으로, 이 중 78.2%(3만3천633톤)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비산방지제 도포와 모니터링을 시행해왔고, 2024년 조사에서 공기 중 석면 농도는 모두 법적 기준치(0.01개/㎤) 이하였다. 그러나 연구원은 “농도 결과만으로 비산방지제의 성능 유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는 결과 중심 관리의 한계를 보여준다.
기후 조건에 취약한 코팅, 관리 기준은 ‘공백’
비산방지제는 조경석 표면을 코팅해 석면 섬유의 비산을 억제하지만, 집중호우로 인한 마모, 겨울철 결빙·해빙의 반복으로 성능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재도포 시점, 성능 평가 지표, 사전 경보 기준은 구체화돼 있지 않다.
보고서는 “공기 중 농도 모니터링은 사후 확인에 가깝다”며 “성능 저하를 사전에 예측·대응할 수 있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획일적 관리
환경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시민 이용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관리의 획일성이다. 분석 결과 홍제천과 전농천은 산책로가 조경석으로부터 10m 이내에 위치하고, 하루 평균 1천 명 이상이 이용하며 교육시설과도 인접해 접촉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이러한 고위험 구간에 대한 우선 관리 체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연구원은 산책로 인접성·이용률·민감 집단(어린이·노약자) 존재 여부를 기준으로 위험도를 분류하고, 고위험 구간부터 성능 중심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관 자산’에서 ‘건강 관리 대상’으로
도심 하천은 휴식과 생태를 잇는 공공 공간이지만, 석면 관리에 있어서는 경관 중심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전문가들은 “하천 조경석을 건강 관리 대상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한 기준치 준수에서 벗어나, 기후 조건·이용 행태·재료 노후화를 반영한 과학적 관리 체계가 요구되는 이유다.
환경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도심 환경 리스크 관리의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석면은 보이지 않지만, 관리의 빈틈은 분명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측정이 아니라 성능, 결과가 아니라 예방이다.
조 무 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