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 정책이 기후정책이 될 수 있을까?

경기도 무제한 정액권 ‘모두의 카드’, 생활 탄소 감축의 시험대

경기도가 대중교통 정책을 기후 대응 수단으로 끌어올리는 실험에 나섰다. 기존 The 경기패스 체계에 무제한 정액권 ‘모두의 카드’를 도입하며, 교통비 완화와 함께 자가용 중심 이동 구조를 바꾸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할인이나 환급이 아니다. ‘많이 탈수록 손해’였던 대중교통 요금 구조를 ‘탈수록 이득’인 구조로 전환해, 시민의 이동 선택 자체를 바꾸겠다는 데 있다. 이는 곧 교통 부문 탄소 배출 감축을 겨냥한 접근이다.

 

교통 부문은 산업·발전 부문과 달리, 시민 개개인의 선택이 직접적으로 탄소 배출에 반영되는 영역이다. 수도권의 경우 출퇴근·통학을 중심으로 승용차 이용 비중이 높고,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미세먼지, 도심 열섬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경기도가 무제한 정액권을 도입한 배경에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 교통비 상한이 설정되면, 단거리 이동이나 환승 구간에서도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이 합리적 선택이 된다. 자동차 이용 감소, 연료 소비 절감, 탄소 배출 저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환경 정책은 종종 시민에게 절약과 인내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모두의 카드’는 다른 방향을 택했다. 불편을 감수하라는 규제가 아니라, 더 편한 선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대중교통을 싸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시민은 스스로 이동 방식을 바꾼다.

이 점에서 무제한 정액권은 생활형 탄소 감축 정책에 가깝다. 특히 청년·서민층, 장거리 통근자, 플랫폼 노동자처럼 이동 빈도가 높은 계층일수록 효과는 크다. 이들의 이동이 대중교통으로 흡수될수록, 자동차 중심 도시 구조는 서서히 흔들리게 된다.

 

환경전문가들은 무제한 교통권이 단기적 교통비 정책을 넘어 중장기 기후 정책의 실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중교통 이용량 증가에 따른 1인당 교통부문 탄소 배출 감소, 도로 혼잡 완화로 인한 간접 배출 저감 효과까지 고려하면 파급력은 작지 않다.

다만 실제 환경 성과를 입증하려면 정책 시행 이후 자가용 이용률 변화, 교통량 감소, 배출량 추정치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 정책으로서의 신뢰성은 결국 데이터로 증명돼야 한다.

 

무제한 정액권이 실질적 탄소 감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계도 분명하다. 지역 간 교통 인프라 격차, 배차 간격 문제, 환승 불편,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의 확충 여부가 함께 해결되지 않으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들은 “요금 정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전기·수소버스 확대, 환승 체계 개선, 도보·자전거 연계 강화 등과 결합된 종합 교통 전환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모두의 카드’는 교통 정책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묻는 정책이다. 교통비 지원을 넘어, 도시의 탄소 배출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을 줄이지 않아도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사회,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지금 경기도에서 펼쳐지고 있다.

 

      강 신 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