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케이지’ 기술로 항공엔진급 고온 구조 소재 가능성
고분자 복합재의 열적 한계와 탄소나노튜브 나노케이지 기반 물리적 구속 개념. 고분자는 유리전이온도(Tg) 이상에서 사슬의 자유로운 열적 운동으로 구조 변형이 발생한다(왼쪽). 본 연구는 3차원 탄소나노튜브 나노케이지 구조로 고분자 사슬을 물리적으로 구속해 고온에서도 열적 안정성을 확보했다(오른쪽). 하단은 초경량 탄소나노튜브 에어로젤 기반 나노케이지
시편. 연구팀 제공
플라스틱 복합재가 1000℃ 화염과 항공엔진급 고온 환경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가볍지만 열에 약하다는 한계를 지녀 고온 구조 소재로는 사용이 어려웠던 플라스틱이, 이번 연구를 통해 금속 소재의 영역을 넘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소재 산업의 판도를 바꿀 기술로 주목된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재료연구원 오영석 박사 연구팀이 3차원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나노케이지(Nanocage)’ 구조를 설계해 고분자 복합재 내부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고분자 사슬을 나노미터 크기의 ‘나노 감옥’ 구조에 가두는 방식으로, 고온에서도 분자 운동을 억제해 소재의 구조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만든 것이 핵심이다.
고온에서 무너졌던 플라스틱 복합재의 한계
고분자 복합재는 가볍고 가공성이 뛰어나 항공우주와 에너지 산업의 차세대 구조 소재로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유리전이온도(Tg)를 넘으면 분자 사슬의 운동성이 급격히 증가해 기계적 강도와 형태 안정성을 잃는 문제가 있었다.
이 때문에 항공엔진이나 가스터빈처럼 고온과 하중이 동시에 작용하는 구조 부품에서는 여전히 티타늄 합금 등 금속 소재가 주류로 사용돼 왔다.
지금까지도 고내열 고분자 개발 가교 밀도 증가 그래핀·실리카·탄소나노튜브 등 나노필러 도입 등 다양한 기술이 시도됐지만, 고온에서 분자 사슬의 움직임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필러가 균일하게 분산되지 않으면 나노 구속 효과가 실제 구조 안정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나노 감옥’에 갇힌 분자…고온에서도 움직임 억제
연구팀은 문제의 핵심을‘Tg 이상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고분자 사슬’로 보고 이를 구조 설계로 제어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단일벽 탄소나노튜브를 개별 분산시킨 뒤 3차원 그물망 형태의 나노케이지 구조를 만들고 그 내부에 고분자 수지를 침투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나노케이지 기공 크기를 고분자 사슬의 협동 재배열 영역보다 작게 설계하자 고온에서도 분자 운동이 강하게 억제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실험 결과 유리전이온도(Tg) 는 기존 에폭시 대비 119% 상승 (최대 350℃) 했다
이 복합재는 300℃ 이상에서도 탄성률 안정 유지했으며
또한 1000℃ 화염 노출 시험에서도 열 방출률이 약 98% 감소하는 등 우수한 내화성과 난연 성능을 보였다.
티타늄보다 가볍고 강한 고온 구조 소재 가능성
연구팀은 이 나노케이지 복합재를 탄소섬유 직물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복합재로 확장했다.
그 결과 370℃ 환경에서도 초기 탄성률의 90% 이상을 유지해, 같은 조건에서 성능이 저하되는 상용 티타늄 합금보다 높은 구조 안정성을 보였다.
이는 그동안 고온 구조 소재에서 “경량성과 내열성은 양립하기 어렵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결과로 평가된다.
이번 기술이 실용화될 경우 활용 가능 분야는 매우 넓다.
대표적으로
차세대 항공엔진·가스터빈 부품
초음속 항공기 및 우주 구조물
전기차 배터리 화재 확산 방지 소재
극한 환경 산업용 구조 소재
등에서 금속을 대체하는 경량 고온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금속 대비 훨씬 가벼운 특성 덕분에 엔진 경량화. 연료 효율 향상, 탄소 배출 감소효과도 기대된다.
오영석 박사는
“폴리이미드 등 고내열 수지와 결합해 유리전이온도를 500℃ 수준까지 높이고 실제 부품 환경에서의 장기 신뢰성과 공정 안정성을 검증할 계획”이라며
“대형 구조 부품 제조 공정까지 확장해 실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복합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에 지난달 10일 게재됐다.
조 무 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