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드러난 지 14~15년.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낳은 국가적 환경·보건 재난이었지만, 법은 끝내 피해자 편에 서지 못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사전 예방도, 사후 책임도 법에 없었기 때문이다.
첫째, 위험을 막는 법이 없었다.
흡입 독성이 치명적인 화학물질이었지만, 당시 법은 ‘흡입 노출 안전성 시험’을 요구하지 않았다. 「환경정책기본법」과 「환경보건법」이 규정한 사전예방 원칙은 제도 속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둘째, 피해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겼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집단 피해임에도, 인과관계 입증은 개인 몫이었다. 이는 환경피해에 대해 가해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제 기준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셋째, 기업 책임을 끝까지 묻지 못했다.
형사처벌은 일부에 그쳤고, 법인 책임과 장기 건강 피해에 대한 배상은 제한적이었다. 제조물책임법과 형법은 ‘결함’과 ‘고의·과실’의 벽 앞에서 무력했다.
넷째, 국가의 헌법적 보호 의무가 작동하지 않았다.
헌법은 생명권과 건강권, 환경권을 보장하지만, 국가는 위험을 관리하지 못했고 피해 발생 후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결국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법의 공백이 만든 재난이었다.
뒤늦게 정부가 나섰지만, 법을 바꾸지 않는 한 같은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 c씨는 이제라도 정부에서 적극 지원한다하니 감사하다며 지켜보자고 말했다.
윤 홍 식 기자